열세 살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할 수 있는 나이일까?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소설 속 두 아이들에겐 그런 존재가 없었다. 사건을 계획한 와타나베는 무척 똑똑한 아이로 어린 시절 엄마가 떠나고 재혼 한 아버지와 새엄마, 동생이 태어나자 혼자 생활하다. 그러니까 가족과 분리된 것이다. 나오키는 엄마의 의지로 모든 걸 결정하는 아이다. 공부를 잘 하는 와타나베가 나오키에게 말을 걸었고 둘은 금세 함께 어울렸다.
둘은 모두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와타나베는 학교에 나오지만 나오키는 결석한다. 담임이 찾아오지만 나오키는 끝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집 안에서 혼자 두려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놀랍게도 죄에 대한 반성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오직 에이즈 감염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수렁 속에서 사는 나는 매일 눈물만 흘린다. 하지만 괴로워서 우는 게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단 오늘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뻐서 눈물이 흐른다. 방의 커튼을 걷고 햇볕을 쬐면, 아무 할 일이 없는데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흐른다.’ (186~187쪽)
와타나베는 어떤가? 소설에서 유코와 가장 큰 갈등을 보인 인물은 바로 와타나베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찾아올 거라 믿음에 사건을 계획한 것이다. 관심을 얻기 위해 홈페이지에 발명품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 일들이 점점 커졌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와타나베에게는 사랑이 필요했다. 어긋나 버린 관심 끌기가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간의 윤리관은 와타나베 군이 말한 것처럼 단순한 학습효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모름지기 보통 사람들이 유년기에 배우는 윤리관을, 그 사람은 성인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와타나베 군은 자기 윤리관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마치 멋진 일인 것처럼 굴었고, 그렇게 된 이유를 어머니 탓으로 돌리며 윤리관을 배우려 하지 않았지요.’ (260쪽)
유코와 와타나베, 그리고 나오키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와타나베와 나오키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법에 맡겨야 하니까. 강렬하게 빠져드는 놀라운 소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오는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