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개봉 영화 `외출` 문학계 뒤흔든 사연
내일개봉 영화 `외출` 문학계 뒤흔든 사연
  • 북데일리
  • 승인 2005.09.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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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배용준 주연의 신작영화 ‘외출’이 오는 8일 개봉을 앞두고 중견작가 김형경의 동명소설 ‘외출’(문학과지성사)의 발간과 맞물려 문단의 `본격문학` 논쟁에 불을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소설 자체의 작품성에 관한 논란이 아니라 소설의 출간배경이 여느때와 달랐다는 점에서 국내 문학계는 물론 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설은 영화와 기본 뼈대를 같이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출생관계가 뒤바뀌었다.

창작시나리오가 아닌 경우 영화의 구성이나 줄거리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 이번 경우는 영화 시나리오를 모티브로 소설이 만들어져 보수적인 일부문단에서는 “발상의 독창성을 무시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발단은 출판사의 ‘본격문학’ 주장이 도화선이 됐다. 또 작가와 출판사의 문학계 입장 역시 입방아에 올랐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성에’등으로 대중과 평단의 신임을 얻고 있는 작가가 왜 상업성 짙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에 대해 ‘문학적 자존심’을 운운하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작가 김형경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굳이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 후에 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개작했다는 표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영화와 소설은 표현수단이 완전히 다르다. 이걸 쓰면서 확신이 생긴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표현매체를 정련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구성, 언어, 사유, 문체 플롯, ... 이런 것들이 어떻게 시나리오의 동렬에서 비교될 수 있는가. 영화를 보면 완전히 다른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일보 인터뷰 중)

대표적인 순수문학 작품들을 출간해 온 문학과지성사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시나리오에 없는 많은 것을 창조해 낸 본격 문학작품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겨레 최재봉 문학담당 전문기자는 “작품만을 봤을 경우 새로운 결과이며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작가는 이번경우가 문화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다는데 그것에는 동의한다. 앞으로 대세는 이와 같이 흐를 전망이다. 현재 문단의 침체와 맞물려 대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문단 전체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 그렇다고 이런 흐름을 옹호하는 입장은 절대 아니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순수문학에 관한 문단의 자존심은 대체로 인정하는 입장이지만 소설 ‘외출’의 본격문학 논쟁에 대해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를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화일보 문화부 장재선 기자는 `영화의 문학화, 과연 성공할까`란 기사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큰 흐름에서 판단할 일이지, 섣불리 옳다 그르다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기자는 “이번 사건이 결국 소설의 모티브가 문제가 되는 거라면 이렇게 까지 크게 번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문학과 영화 모두 세상에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특별히 구분되어 질 이유는 없다. 다만 과정이 중요하다. 영화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 데 그렇다면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가 흥행하자 그것을 다시 책으로 발간하는 작태는 정상적인 것인가. 오히려 날림으로 쓰여진 그러한 책들이 문학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문단의 단순 냉소 반응에 그치지 않고 이번일을 계기로 문학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며 소설 ‘외출’의 작품성에 대한 평가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장 기자의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이 `마케팅을 겨냥해 의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문단의 반응을 영화사나 출판사가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것. 그러나 영화에 대한 관심이 소설의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사진 = 1. 영화 `외출` 포스터와 소설집 `외출` 표지 2. 소설가 김형경, 출처 http://blog.naver.com/pensori) [북데일리 송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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