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면?
죽은 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1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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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사람의 전화를 받는다면 어떨까,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이다.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아르테.2014)속 콜드워터에 사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어떤 이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어떤 이는 이상한 일이라 치부했다. 그러나 전화 속 목소리는 분명 언니였고, 어머니였고, 아들이었다.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목소리를 통해 살아난 것이다. 전화는 매주 금요일에 왔다. 한결같이 그들은 자신은 천국에 있으며 사랑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가족을 위로했다.

 언론은 믿기지 않은 상황을 방송을 통해 중계한다. 세상은 이제 콜드워터를 주목한다. 그곳이 천국과 연결되는 유일한 장소라 떠들고 관광지로 변해버린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교도소까지 다녀온 설리.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는 어린 아들이 안쓰럽지만 그는 무시한다. 천국에서 온 전화를 받은 이들이 모두 같은 기종의 전화기를 사용한다는 점, 대화의 소재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의심하며 천국에서 온 전화를 추적한다. 과연, 전화의 진실은 무엇일까?

 미치 앨봄은 전화가 주는 감성을 통해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운다. 목소리로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떨림과 흥분을 말이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게 만든다. 언젠가 이별하게 될 그들에게 사랑한다, 말하라고 조언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표현하기 쑥스러운 이들에게 전화기의 존재를 알려준다. 사랑이 가장 귀한 것이라는 최고의 진리를 아름답게 전달한다. 평범한 것들이 지닌 위대함, 내일을 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소중함을 말이다.

 ‘우리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대답을 듣는다. 믿음이 처음 시작되는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그렇다. 늦은 밤 콜드워터라는 작은 타운에서 일곱 살배기 소년이 어떤 소리에 잠을 깬다. 그는 귀에 푸른색 장난감을 대더니 미소를 짓는다. 천국은 항상, 그리고 영원히 우리 곁에 있고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은 누구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380쪽)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생에 집착한다. 어쩌면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고귀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죽음이 아닌 생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진리를 생각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곁에 둔 채 그리운 이와의 시간을 추억하며 꺼내 말하고 기억하며 살아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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