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지상주의` 미학관에 한방 먹이는 책
`외모 지상주의` 미학관에 한방 먹이는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7.03.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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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얼마 전 재미있는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한 연예인이 성형수술을 했는데 잘못되어 턱뼈가 내려앉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기사였다. 연예인들의 성형은 이제는 너무 당연한 일이고 일반인들도 간단한 쌍커플 수술은 필수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면접을 위해서 남자들까지 피부 가꾸기를 비롯해서 성형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셈이다.

여기서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영화는 ‘미스 선샤인’이라는 예쁜 아이를 뽑는 대회를 다룬다. 대회에는 인형같이 생긴 아이들이 어른들 흉내를 낸다. 수영복부터 장기자랑까지.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아이들까지도 어른들 같은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이어 책 이야기 하나. 아멜리 노통의 <로베르 인명사전>을 보면, 주인공 플렉트뤼드는 발레학교에 들어간다. 플렉트뤼드는 어떤 그룹이든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언제나 가장 여윈 편에 속했지만 그곳에서는 `보통`이었다. 그곳에서 날씬하다고 평가되는 아이들은 바깥세상에서 보자면 해골이었다.

바깥세상에서 보통 몸매로 여겨지는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는 `뚱뚱한 암소`로 취급되었다. 이렇게 발레학교는 발레리나들의 몸매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도록 주입을 시킨다. 마른 몸매가 아름다움의 기준인 것.

몇 달 전 오후 6시에 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아나운서가 취재를 간 곳에서 몸무게 이야기가 나왔다. 본인은 자신이 무겁다고 이야기했지만 43Kg 이라는 자막이 동시에 보였다.

키가 165에 근접하는 아나운서의 몸무게. 과연 과연 무거운 것일까? 덕분에 정상체중인 여자들은 항상 통통하다는 소리와 강박관념에 시달려야 한다. `대체 얼마나 말라야 날씬한 걸까`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우리의 미학관에 한방을 날려주는 통쾌한 책이 있다. 바로 아멜리 노통의 <공격 Attentat>이다. 주인공은 별명이 `카지모토`라고 불리는 추남이다.

노틀담의 꼽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카지모토처럼 생겼다고 한다. 그만큼 못 생겼다는 말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별명이다. 마침 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으니, 그의 말을 따라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 보자.

"내 얼굴은 귀 모양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묵하게 파인 얼굴에 연골이 여기저기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운 좋게도 코나 눈썹부분처럼 튀어나올 곳이 튀어나온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들고 난 모양새가 인간의 안면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축 늘어진 단춧구멍 같은 것이 두개 뚫려 있고, 거기서는 연신 눈곱이 흘러나온다. 위자위에는 항상 벌겋게 피가 몰려 있다. 거무스레한 눈동자 두 개가 그 눈자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썩은 생산 눈깔 같다고나 할까. 내 더벅머리는 보풀이 마구 일어난 아크릴 양탄자 같다."

아무리 금방 빨아 놔도 너절해 보이는 아크릴 양탄자. 머통이 온통 여드름으로 뒤덮여 있지만 않았어도 진작 머리를 확 밀어버렸을 텐데. 표정에 대해 한마디 하자만, 위고가 노트르담의 꼽추를 묘사할 때 쓴 표현이 딱 들어맞을 것이다. <그의 얼굴은 찡그림 그 자체였다.>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겁을 먹어버리고 도망가게 만드는 그의 외모가 대체 무엇을 공격, 테러한다는 말일까? 마침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서 면접을 보러갔던 그가 아름다운 아델을 만나게 된다.

아델의 아름다움과 세심한 자상함에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모델이 되기로 마음을 먹고 아델을 앞세워 면접을 보러간다. 면접장에서 그는 다른 아름다운 모델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더욱더 원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어필한다.

자신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은 경악할 것이고 그 뒤에 등장하는 모델들에 환호할 것이라는 말이다. 일단 그의 언변술에 사람들은 넘어가 버린다. 그렇게 카지모토는 등장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델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자, 그는 자신의 마음을 아델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을 친한 친구라고 이야기했던 아델은 그의 말에 경악을 하며 못생겼고, 혐오스럽다는 모진 말을 뱉어낸다. 즉, 아델은 그처럼 못 생긴 남자가 자신에게 구애한다는 것이 못 마땅했던 것이다. 인간이란 그런 게 아닐까?

그렇다면 대체 노통은 어떻게 미인대회나 아름답고 날씬한 모델들에 대해서 강한 펀치를 날리는 것일까? 노통식의 글쓰기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이미 짐작했겠지만 그것은 바로 그녀의 `독설`이다. 추남 추인공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은 자체가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세상을 비꼬고 있다.

예쁜 여자들만 골라서 그네들을 스타로 만드는 것, 그 자체는 나쁠 게 없지. 어느 시대에나 그래 왔으니까. 하지만 요즘 모델계는 아름다움을 숭배하고 즐기게 해주지 않아. 대신 머리가 아프도록 우릴 위협하기만 해. <이런 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걸! 싫으면 입 다물어!> 하는 식으로.

원래는 아름다움은 그것을 숭배하고 찬양하는 사람들끼리 마음을 터놓게 하는 구실을 했는데, 이젠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있어. 그런 전체주의적인 횡포에 사람들은 반발하기는커녕 고분고분하게 열광들을 해대지. 박수를 치고, <한 번 더! >를 외치고.

사람들 스스로가 일정한 표준규격이 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세상에서 그는 성형수술을 할까 고민도 한다. 난 20년 동안이나 그 몸 껍데기 속에서 살아왔고, 그것에 정이 들어 있었다. 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몸을 과연 내 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 결점 중에 하나만 감춰도 나는 죽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책을 볼 때는 “그래 이런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뒤돌아서서는 “앗 ! 잘생겼다” “예쁘네”라는 말을 남발하는 우리들. 결국 아름답고 고상한척 했던 아델은 내가 아니었을까. 오늘도 노통에게 한방 먹은 나는 내 안의 아델과 솔직하게 마주해 보련다.

[장하연 시민기자 xx200020@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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