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마른 토종씨앗' 농민은 종자를 베고 죽는다 했는데...
'씨마른 토종씨앗' 농민은 종자를 베고 죽는다 했는데...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5.04.0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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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중에서

[페이퍼북=북데일리] <야생초 편지>(황대권 글.그림.도솔.2013)는 학원간첩단 조작사건에 연루, 13년 2개월간 수감되었던 저자가 감옥에서 유일한 벗으로 삼았던 야생풀들에 대한 편지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만성 기관지염을 고쳐 보려고 풀을 뜯어 먹다가 이내 야생초에 반해서 야생초 연구가가 되었다. 다음 글에는 감옥에서 작은 채소밭을 가꾸면서 토종씨앗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그렇게도 비가 내리지 않더니 어제 해갈의 단비가 내려 주었다. 충분치는 않지만. 마침 비오기 직전에 파종을 마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올 농사 계획은 이렇다. 상추 세 고랑, 쑥갓 한 고랑, 질경이 한 고랑, 들개 두 고랑, 쑥과 꿀풀을 합해 한 고랑, 이렇게 모두 여덟 고랑이다. 그리고 따로 꾸민 야생초 화단에는 다년생 야생초들이 속속 싹을 내밀고 있다.(중략)

나는 먼저 나간 후배에게 토종 씨앗을 좀 구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건만 편지와 함께 보내온 씨앗들은 일반 종묘상에서 파는 것이었다. 자기 어머니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하여 특별히 부탁했는데 어머니 집에도 토종 씨가 없다는 거야. 이해가 갔다. 요즘같이 상업화된 시대에 어딜 가나 싸고 좋은 수입개량종 씨앗이 널려 있는데 누가 힘든데 토종 씨앗을 간직하고 있겠니? 게다가 씨앗이란 것은 한두 해 재배하지 않으면 저절로 없어지고 마는 것이니. 토종이 사라진 사회, 토종이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사회,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는.-72쪽

​예전에는 집집마다 씨앗을 직접 파종하여 농사를 지었다. 볍씨를 뿌리고 콩과 옥수수를 직접 땅에 심었다. 고구마싹을 틔우고 고추싹을 틔워 옮겨 심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맛이 달랐다. 품질이 안 좋은 씨앗을 가진 집에서는 좋은 씨앗을 가진 집에서 씨를 구해다 심기도 했다. 지금은 모종을 사다 심는다. 비닐하우수에서 대량으로 자란 모종은 면역력이 떨어진다. 병충해에도 약하고 맛도 떨어진다. 수확량도 줄어든다.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농약을 치고 비료를 많이 줄 수 밖에 없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돈만 주면 씨앗이나 모종을 사다 심으니 편리하다. 하지만 종자회사에서 씨앗값을 올리면 농민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값에 사야한다. 우리의 식탁 또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종자전쟁은 곧 식량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자회사의 종자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의 씨앗을 지켜나가는 대책이 필요하다.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KBS 스폐셜팀.2014)에서는 최근 100년도 안 되는 동안 초국적 종자가 기업에 의해 사유되는 과정과 문제를 짚어보고 토종 종자를 지키기 위해 올바른 대안을 찾고 있다. 다음 글은 우리 씨앗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

이제 해마다 봄이면 농민들은 종자기업들이 생산한 씨앗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키운 씨앗이 아니기에, 좋은 씨앗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돈을 주고 산다. 사는 것 외에 씨앗을 구할 방법은 없다. 농민들에게 씨앗이 없기 때문이다. 농민의 씨앗은 40여 년 사이에 거의 다 사라졌다. 무엇이, 누가, 농민의 씨앗을 빼앗아 간 것일까? 어떻게? 農夫餓死枕厥種子(굶어 죽더라도 농민은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라 했는데 말이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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