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면 혼나는지 몰랐어요.
신고하면 혼나는지 몰랐어요.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0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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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신고해도 되나요?』

 [화이트페이퍼 = 북데일리]가치관이 성립되기 전 어린이의 교육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정아의『신고해도 되나요?』(문학동네. 2014)는 쉽고 재미있게 윤리의식을 가르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헌재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학교와 학원에 오가며 슈퍼에서 군것질을 하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다. 용돈이 많은 친구가 과자를 사주면 나중에 과자로 갚는다. 단골 슈퍼인 ‘아슈’에 가려면 선생님의 허가가 필요하다. 헌재는 준비물을 사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과자 ‘얄라리’를 사서 경수에게 갚았는데 벌레가 나온 것이다. 아이들은 배운대로 불량식품 신고를 한다.

 경찰차가 출동하고 슈퍼 할아버지가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니 괜히 겁난다. 거기다 교감 선생님은 헌재를 혼내고 반성문을 쓰라고 시킨다. 헌재와 경수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불량식품을 신고하라고 배웠는데 칭찬이 아닌 반성문이라니.

 ‘신고하면 안 되는지 몰랐어요. 이제 다시는 신고 안 할래요. 신고하면 혼나는지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이름하고 학교 일부러 가르쳐 준 거 아니에요. 경찰 아줌마가 물어본 거예요. 이제 다시는 신고 안 할래요. 벌레 나와도 신고 안 할래요. 신고는 나쁜 거예요.’ (89쪽, 헌재의 반성문 중에서)

 헌재의 반성문엔 신고는 나쁜 거라는 순수한 동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 예쁜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헌재가 받았을 혼란스러움과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는 절대로 신고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래도 용감한 행동이라고 칭찬한 선생님이 있어 다행이다. 어린 시절 한 번의 경험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 어른들이 알아야 한다.

 “세상은 용감한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좋아진단다. 선생님은 불량 식품을 보고 신고한 너희들이 용감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만, 신고하기 전에 먼저 선생님한테 이야기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거지.” (99~100쪽)

 올바른 윤리와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어른이 아니라 권위를 앞세운 모습에 부끄럽다. 정의를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것에 대한 이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이다. 잘못에 대해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사라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화가 아닐까 싶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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