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타이완....> 여행의 영혼 담은 듯한 여행책
<그때, 타이완....> 여행의 영혼 담은 듯한 여행책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5.03.1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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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북데일리] 내 인생의 책이 있듯이 내 인생의 여행지도 있다. 한 권의 책이 운명의 책이 될 수 있는 건 책 자체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독자’의 상황 때문이다. 둘이 합해져 운명을 만든다. 여행지도 그렇다.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알에이치코리아. 2015)를 쓴 이지상 작가와 타이완의 인연이 그렇다. 대한항공에 다녔던 저자는 난생처음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이 바로 타이완. 그런데 그는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회사를 그만 두고 작가로 새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에게 타이완은 ‘첫사랑 여행지’가 되었다.

첫사랑은 잊히지 않는다. 그는 다시 타이완을 방문했다. 아마도 그 심정은 첫사랑과 재회하는 심정이리라. 그러나 시간은 많이 흘렀고, 이젠 첫사랑의 설렘보다 세상을 진중하게 바라보는 삶의 관조가 앞선다. 그러다 보니 바라보는 세계도 많이 달라졌다. 책에 나온 내용 하나가 그것을 말해준다.

갑판에 선 휴가 나온 젊은 군인들이 들뜬 목소리로 떠들어 댔고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작은 배낭을 멘 타이완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작은 배낭에 낡은 바지와 점퍼를 걸친 할아버지는 손으로 난간을 잡고 점점 다가오는 지룽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쓸쓸했지만 한 시대를 최선을 다해서 살아 온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뒷모습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위대한 것이다. 육신은 어차피 몰락한다. 모든 게 꿈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의 세계로 기쁘게 회귀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간 나의 어머니, 저 할아버지, 그리고 모든 인간들은 작은 영웅들이다. -p.252

책에는 역사와 지리에 대한 지식,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소박한 일상을 담은 사진, 개인적인 아픔과 회복 경험이라는 네 가지가 들어 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여행의 영혼을 담은 책으로 읽히는 이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각자 간직한 인생의 여행지에 대해 반추해 볼 듯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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