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서점은 영혼을 파는 가게
[책속의 명문장] 서점은 영혼을 파는 가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02.16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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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길귀신의 노래>중에서

[북데일리] 혹시 돈이 없어 몹시 아끼던 책을 팔아본 적이 있는지. 그 책이 자신이 아주 귀하게 여기던 것이라면 그 마음은 특히 더 아플 것이다.

여기 모스크바의 한 노인이 있다. 그는 낡은 책 두 권을 가지고 서점에 온다. 그 책을 팔기 위해 들린 것. 서점 주인은 그를 그냥 돌려 보내지만 여행자는 그럴 수가 없다. 예전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곽재구 시인의 산문집 <길귀신의 노래>(열림원. 2013)에 소개된 내용이다. 곽 시인은 '사평역에서'란 시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앞의 글은 '영혼을 파는 가게에 대한 추억'중에 소개된 내용이다. 그는 젊은 서점 주인에게 그 노인의 책을 사줄 것을 부탁하고 자신이 그 돈을 지불한다.

"은색의 숲 서점에서의 노인의 심정 또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어떤 책인데…… 그의 눈빛과 말투를 보고 짐작하고 남음이 있었다. 비록 한 낯선 동양인의 도움으로 책을 팔 수 있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돌아가는 그의 마음을 더 어둡게 했을지 모른다.

그는 아주 천천히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는데 나는 그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기실 자신이 아끼고 아낀 책을 헌책방에 팔아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한차례 샀던 책을 그보다 훨씬 허름한 가격으로 되팔아보지 못한 사람 또한 인생이 무엇인지 논할 자격이 없을 거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서점은 인간의 영혼을 파는 가게이다. 인간의 삶과 사랑과 예술에 대한 체취들이 깊게 고인 그 공간들이 지금은 하나둘 사라져간다. 집을 나사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가게가 서점이었으면 싶고 낯선 여행지의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장소에 자리한 가게가 서점이었으면 싶다." (p.41~p.42)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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