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1인치를 찾는 ‘롱테일 경제학’
숨겨진 1인치를 찾는 ‘롱테일 경제학’
  • 북데일리
  • 승인 2007.03.15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내 영화 취향은 조금 독특하다. 흑백영화는 기본이고, 개봉작 중에서도 좀처럼 구하기 힘든 영화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어린 시절에는 비디오, 그것도 비디오 가게에서 볼 수 있는 비디오에서 기호를 만족 했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P2P가 발달하면서 내가 볼 수 있는 영화의 종류와 수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도저히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영화를 보고 흐뭇해하는 내게도 ‘롱테일 경제학’이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롱테일, 숨겨진 1인치를 찾는 디지털 경제학

롱테일(long-tail)은 말 그래도 꼬리가 길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수요함수 그래프는 가격과 수요 사이에 역관계를 취해서 일반적으로 우하향 그래프를 만들어 낸다. 지금까지 경제나 기업에서 주목하던 것은 이 수요 그래프의 정점을 이루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20%의 물건이 수요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이 지금까지의 경제를 지배하던 논리였다. (20/80의 법칙은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통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점이 아닌 적은 부분의 수요가 부를 창출하는 경제가 가능해졌다. 이전 시대에는 유통과 정보의 부족으로 비용이 과다했던 부분이 기술의 발달로 비용이 감소하게 되면서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된 것이다.

당장 매일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 음악 다운로드, 영화 다운로드가 이를 반증한다. 오프라인 교보문고에 없는 책도 온라인으로는 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구하지 못해도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듣도 보도 못한 가수의 음악을 예전에는 레코드 가게를 뒤지거나 라디오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는 Mp3를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구하고,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는 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거대한 수요를 모두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닌 내 취향대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 그야말로 숨겨진 1인치의 경제학이 적용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롱테일 경제학>은 케이스 교재

<롱테일 경제학>(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은 ‘롱테일’ 개념을 을 처음으로 제시한 저자의 책이다.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실증 자료를 첨가해서 각 장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초반 4장까지는 롱테일이 등장한 역사와 가능했던 동인을 서술하고 있는데, 최초의 롱테일이라 할 수 있는 카탈로그를 통한 통신판매를 롱테일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 점이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5장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장까지는 각 장을 특정 주제에 할애하고 있지만 엄청난 양의 케이스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케이스는 이베이와 구글, 위키피디아였다. 위키피디아의 경우 위키노믹스(wikinomics)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폭발적인 인터넷과 인터넷에서 보여주는 개인이 보였을 때 보여줄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위키피디아는 한국의 지식검색과 흡사한 경우이다) 위키노믹스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정보의 무한성과 이를 대중에게 공개해서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삼고 있고 비용 감소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위키노믹스(wikinomics)를 유심히 지켜볼 이유가 있다. 또한 엄청나게 많은 예를 들고 있고 그 중에서도 이베이와 구글의 경우에는 롱테일이 어떻게 실제로 수익창출과 연결되는지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롱테일 경제학>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인지 엄청난 분량의 케이스가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다만, 책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부분씩 중복이 보인다는 점에서는 아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감탄하는 이유 - 지금 내 삶을 설명한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건 내 얘긴데"라는 생각이 내내 들 정도로 현실 경제를 제대로 설명하는 느낌이 든다. 당장 내가 이 서평을 쓰는 이유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인터넷에 올려질 것이고, 온라인 서점에서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롱테일 경제학>을 카트에 담는다면 그것이 바로 롱테일 경제학이 가지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이 쉽고 재미나고 기막힌 이유는 바로 지금 내 삶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다면 이 책이 내 삶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것을 분석해 놓았기 때문인 것이다.

[이경미 시민기자 likedrea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