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초대강국!
나쁜 사마리아인들, 초대강국!
  • 김재관 시민기자
  • 승인 2015.01.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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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을 어린아이처럼 벌판에 내몰아

[북데일리] 고대 이스라엘인과 사마리아인은 앙숙이었다. 기원전부터 수백 년을 서로 으르렁대며 살아왔다. 사마리아인들은 이스라엘인중 다친 사람을 못 본 척 해버렸고 또한 곤경에 빠진 이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에 무정한 사람이라 일컬어지며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 2014)은 제목과 같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는 국가들과 국제금융기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IMF, 세계은행)와 세계무역기구(WTO)는 초강대국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자본과 입김이 서리어 있는 곳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며 여러 개발도상국가에게 이 정책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책은 이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가 보호주의 정책의 개발도상국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야기 하며, 그들이 잘못된 정책이라 일컫는 보호주의가 과거엔 그들 역시 추앙했던 잊힌 과거라 말하고 있다.

그들의 과거는 사실 이러했다. “흔히 보호 무역주의의 본가처럼 알려진 프랑스나 독일, 일본 세 나라도 늘 영국이나 미국보다 관세가 훨씬 낮았다."(물론 이는 영국과 미국이 경제적인 우세를 점한 후 자유 무역으로 선회하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 P103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물건에 높은 관세를 붙여 자국의 물품과 경쟁이 되지 못하도록 막은 그들의 보호주의 정책은 지금의 자유주의 정책을 부르짖는 그들(미국, 영국)이 행했던 정책이었다. 이를 행했던 것은 그들이 더 부유해지기 위한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국에서 생산되는 물품과 자본이 많아지며 내 보낼 곳을 찾던 그들은 개발도상국에게 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 국가가 자유주의 정책을 개발도상국들에게 강요하는 행위를 ‘아이의 자립’에 비유하며 적절치 못함을 설명한다.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여섯 살 먹은 그 아이를 일터로 보내라고 충고하는 것과 같다.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립을 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P133

저자 자신의 여섯 살 난 아이를 자립시키는 사례를 들며 마무리로서 표현한 글이다. 여섯 살의 아이를 자립시키는 부모를 일컬어 우리는 뭐라 이야기할까. 아마도 대부분이 비열하고 무정하며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 말할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무방비한 어린아이에게 돈을 벌어오라며 내몬다면 그 아이의 미래는 얼마만큼이나 성공을 장담할 수 있을까.

이처럼 여섯 살 어린애에 비유되는 개발도상국을 자유주의 정책에 편승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무자비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총 쏘는 연습도 시키지 않은 채 전쟁터로 내보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러함이 잘못임을 증명하듯 과거의 보호주의 정책에서 강제로 자유주의 정책으로 바뀐 개발도상국의 저성장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보호무역과 국가 개입이라는 ‘잘못된’ 정책을 추구했던 1960대와 1970년대에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3.0%나 증가했다. (중략) 신자유주의를 실행에 옮긴 1980년대 이후에는 1960대와 1970년대에 기록했던 절반 정도의 속도(1.7%)로 성장했다.“ -P57~58

저자는 이처럼 확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자나라들이 말하는 ‘잘못된’ 보호무역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을 했다.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자유주의 정책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적절할 보호정책과 국가의 통제가 동반돼야만 부자 나라에게 잠식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강대국들이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빠진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악행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에 그들 역시 보호주의 정책으로 부유해졌던 경험에서 교훈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 이야기 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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