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넘치는 '책 속의 책' 이야기
상상력 넘치는 '책 속의 책' 이야기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2.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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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에 대한 자유로운 글 46편

[북데일리]“책 속의 그림들 각각에 대해 밀란 쿤데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현역 작가들이 제각각 자유분방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문이라 할 수 있는 46편의 짤막한 글들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삶을 진단하고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개성을 읽어낼 수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책 그림책>(민음사. 2004>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그림에 대한 시, 소설, 수필 등 자유로운 감상문을 담은 독특한 형식의 그림책이다.

그림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피의 세계’ 표지화로 친숙한 크빈트 부흐롤츠가 작업한 표지화와 삽화이다. 그림은 몽환적이면서 기발한 상상력이 넘친다. ‘책’을 모티브로 한 색다른 그림책이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감정의 흐름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이 장면은 ‘책’을 비행기로 표현한 그림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라인하우르트 레타우는 이 그림을 보고 ‘책 다리 비행’이라는 시로 느낌을 나타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책과 함께 멀리 대기 속을 날아 왔는가?/ 여기는 서늘하고 조용하다. 어떤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다./ 다리(足)아래 책을 달고 날아가면 결코 혼자가 아니다.”-12쪽

책을 읽는 건 때론 고독하다. 주로 책과 1:1로 마주하고 읽어야 한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앉아 있지 않고 혼자서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림은 마치 버스를 타고 여행하듯,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듯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남자가 책기둥 아래서 책을 읽고 있는 그림도 인상적이다. 남자는 왜 책을 읽을까? 그것도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서 말이다. 마치 책 중독자 같다. 책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다. 책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책 한 줄 읽을 틈조차 없이 사는 사람들은 저 그림을 보고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 가면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을 보면 배가 부르다는 만족감이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장서실의 책을 모조리 읽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도저히 불가능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책을 몽땅 읽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은 지적허영일까. 인생의 답을 찾고 싶은 간절함일까. 찌질한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현실도피의 욕구일까.

마르크 피터는 이 그림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다.

“빛 속에서 언제나 정신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리를 누가 의미의 저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인가? 단어는 저 높은 곳 중력의 세계에서 그 형태를 얻는다고들 말한다. 단어들은 별들처럼 무겁고, 문장들은 산맥처럼 무거우며, 마침표와 콤마는 돈지갑 안의 동전들처럼 책장들을 무겁게 누른다고 한다.”_46쪽

이 그림은 한 남자가 책에 귀를 대고 있다. 마치 라디오를 듣는 사람 같다. 이 그림에 대한 감상이 담긴 알렉사다르 치마의 그림과 글도 기발하다. 책 속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려면 도대체 책을 얼마나 읽어야 가능한 일일까.

“프린돌씨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서가 저 높은 곳에 있는 책들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그 책들로부터 어떤 음향도 어떠한 목소리도 듣지 않고 오직 침묵만을 듣는다. 그러나 이 침묵은 인간들 사이의 상호소통 결핍에 대한 그의 거부에 상응하는 것이다.(중략)이 책들, 이 커다랗고 두꺼운 이해의 서고(書庫)는 그 완벽한 침묵에 의해 인간의 거부하는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다.”-89쪽

이 밖에도 책사다리, 책담요, 책가방, 책안테나 등 상상력 넘치는 그림과 자유분방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이수진 시민기자 book@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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