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텃밭 같은 그림책
마음의 텃밭 같은 그림책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2.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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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는 텃밭이 좋아요>에서

[북데일리] 아파트, 학교, 학원, 도로, 백화점, 빌딩 등등. 콘크리트로 뒤덮인 회색빛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식물을 접할 기회도 흙을 만질 일도 거의 없다. 채소나 과일은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들은 먹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먹거리가 나오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고 친근하게 접근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야는 텃밭이 좋아요>(레나 안데르손 지음. 청람미디어. 2014)는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은 그림책이다. 저자는 <모네의 정원>, <꼬마 정원>, <신기한 식물일기>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사랑받는 스웨덴 작가이다. 기존 작품에서는 주로 그림만을 담당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책에서는 글과 그림 모두 맡아 글 한 줄, 그림 한 컷마다 작가의 재능이 흠뻑 녹아 있다.

이 책은 상상력이 넘친다. 책 표지에는 커다란 루바브(장군풀)잎사귀가 주인공보다 크다. 마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초록 파라솔을 들고 있는 것 같다. 옆에는 토끼가 식탁에 앉아 있다. 토끼는 대표적인 채식동물이다. 마치 동화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책장을 넘기면 8개의 깎지완두 꼬투리가 나온다. 일곱 번째의 콩꼬투리 속에 주인공 마야가 살짝 숨어 있다. 마야의 나이가 7살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커다란 콩꼬투리를 그린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다음 장을 넘기면 마야랑 토끼랑 콩꼬투리를 나룻배처럼 타고 물위에 놀고 있다. 평화로워보인다.

마야는 새봄이 오면 텃밭을 가꾸고 싶다. 물뿌리개, 삽, 대나무, 막대, 갈퀴, 아이스크림 막대 등 아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준비물과 씨앗을 가지고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생소한 비트, 루바르(장군풀), 회향에서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홍당무, 감자, 토마토, 양파, 양배추까지 아이는 씨앗을 심고 거두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삶은 비트에 버터를 곁들이면......냠냠, 맛있어!”

지구처럼 커다란 자줏빛 비트 위에 마야와 토끼가 올라앉아 편안하게 쉬고 있다. 보는 사람도 나른해지며 잠속으로 빠져들 것 같다. 그림 한 장이 비타민처럼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는 느낌이다.

글은 시처럼 짧지만 아름답고 함축적이다.

“처음 씨를 뿌리고 나면 나는 작은 기도를 해요.(중략)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자라죠. 물론 조금은 기다려야 할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껑충 자라서 어느 날 갑자기 연둣빛 커다란 콩으로 여물어 있지요,”-본문 중에서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부터 서양요리에 사용하는 각종 허브까지 다양한 채소를 소개한다. 아이들이 좀 더 다채로운 식물의 세계에 흥미를 가지도록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학교와 학원, 선행학습에 지친 아이들에게 오래오래 곁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의 텃밭 같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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