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교수 "새를 통해 인간을 봤다"
정민 교수 "새를 통해 인간을 봤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2.1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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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종의 새 이야기 <새 문화사전>

[북데일리] 옛부터 인간은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서 이상을 꿈 꿔 왔다. 새를 동경해 비행기를 제작했고, 공중에 뜰 수 있는 열기구를 생각해 냈다. 새에 대한 동경과 선망은 결국 문학 작품 속 영물로 자주 등장시킨다. 이처럼 옛사람들의 새에 대한 이해 방식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새를 통해 인간의 삶을 보고, 새를 통해 영감을 얻어 시와 그림을 그렸다.

​ <새 문화사전>(글항아리.2014)은 고전문학자인 정민 교수가 36종 새에 대한 옛 문헌과 회화를 바탕으로 펴낸 새의 인문학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시를 연구하다 시의 내용을 이해하기위해 새 공부를 하면서 시작됐다. 한시, 설화, 조선의 풍경화와 영모화, 민화, 중국 명 청 시대 새 그림부터 현대의 희귀한 새 사진에 이르기까지 새에 관한 모든 것을 싣고 있다.

 저자는 서설에서 "인간은 새들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학을 마당에 놓아기르면, 학의 무궁한 생명력과 흰 깃털의 고결함이 내 삶 속에 깃들 것으로 믿었고,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고 자기 길을 지키는 정신을 살려 꿩은 선비의 폐백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인간의 시선 때문에 새에게는 불공정한 폭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병아리를 채가는 솔개를 탐관오리의 화신으로 여겨 증오했고, 나무속을 파먹는 딱따구리를 목재를 망치는 가증스런 파괴자로 미움 받기도 했으며, 나무를 좀먹는 벌레를 잡아먹어 나무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칭찬 받기도 한 것처럼 새의 행동, 새의 생태 하나하나는 모두 인간세계의 도덕적 준칙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되었다고 했다.

 "도롱이옷 풀빛과 뒤섞여 있어 蓑衣混草色/ 백로가 시냇가 내려앉았네 白鷺下溪止/ 놀라서 날아갈까 염려가 되어 或恐驚飛擧/ 일어날까 다시금 가만있었지 欲起還不起"(13쪽)

 조선후기 이양연의 <백로>라는 시다. 문화 속에 자리 잡은 새들과 교감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한 새 이야기는 다른 한시에서도 볼 수 있다. 까치소리는 그리운 임이 올 거라는 기대, 과거급제의 믿음 등과 연결된다.

 "약속은 두시고 선 왜 안 오시나/ 뜰의 매화도 시드는 이때/ 가지 위 까치 소리 들려오기에/ 거울 보며 부질없이 눈썹 그려요(30쪽)

 까치 소리에 임이 오실 줄 알고 임 맞을 준비를 하는 애타는 마음을 그려낸 한시다. 책은 고전 속 <황조가>의 꾀꼬리, 고려 예종이 지은 <유구곡>의 뻐꾸기, <정과정곡>의 접동새 등이미 인간 가까이서 삶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노래해 왔다는 걸 보여준다.

 다음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로 옛사람의 눈길을 끄는 새들을 그림에서 보자. 옛 문헌에 비취새로 나오는 물총새는 고기를 잘 잡는 솜씨 좋은 사냥꾼이고, 화려한 깃털과 예쁜 자태로 그림과 시에 나오며, 서거정은  화려한 비단에 금빛 부리를 한 물총새를 그린 시를 3수나 남겼다. 서양에서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이지만 우리 선조들은 재앙을 불러 오는 재수 없는 새, 어미를 잡아먹는 패륜의 상징으로, 후투티는 모자를 쓴 멋쟁이다. 그런데 멋들어진 겉모습과 달리 지저분하기 짝이 없어 냄새나는 할망구라고 불린다. 뽕나무 오디를 좋아해서 오디새라고도 한다.

​ 이와 같이 책은 36가지의 '새 문화사전'이다. 6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도판과 자료가 약방의 감초 같다. 분명 새 관련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역사가 보이고 새로운 관점의 문학으로 읽힌다. 새 전문서적과 정보를 찾아 중국과 타이완, 일본과 미국을 동분서주한 저자의 공력덕분이라고 해야겠다.  저자는 서설 말미에서 "이 책이 새를 매개로 한 인문학 가로지르기의 한 사례로 기억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그리고 또 우리가 새겨 들어야 할 말, 말, 말!

"우리 옛글 속에는 무진장(無盡藏)의 콘텐츠들이 곳간마다 가득 쌓여 있다. 단지 한문으로 쓰였다는 이유만으로 먼지더미 속에 방치되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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