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오 시집 '연민에서 비정함으로'
하종오 시집 '연민에서 비정함으로'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2.14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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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시 이력의 산물 <초저녁>

[북데일리] "내가 가진 것은 시밖에 없다고 말 할 수 있기를 바랐던 저 청년 시절부터 내가 이웃들보다 더 가진 것이 있다면 시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지금까지 나는 줄곧 시만 써 왔다. 이 시들을 그 모든 시의 대상들에게 바친다."- 시인의 말

​ 리얼리즘 시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에 시인으로 40년 동안 오롯이 ​삶의 구석구석을 찾아내어 리얼리즘 시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온 시인이 있다. 28번째 시집 <초저녁> (도서출판b. 2014)을 펴낸 하종오 시인이다. 시집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생의 '초저녁'에 접어든 시인의 시세계는 따듯한 시선과 사유로 삶의 이모저모를 돌아보게 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 시인이 서울의 변두리 골목에서 강화도로 거쳐를 옮긴 후 그곳의 들녁을 바라보며 쓴 시다. 이번 시편들은 진정한 리얼리즘 시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시집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초가을 초저녁', '초겨울 초저녁', '초봄 초저녁'등 과 같은 연작​에 가족과 풍경을 담은 서정이 남다르다. 2부는 시인의 시쓰기와 시의 역할에 대한 반성을, 3부는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는 인간의 문제, 4부는 인간관계의 삶의 문제, 5부는 삶의 애틋함을 산문시에 담아 놓았다.

  "사람에게 온 초여름 저녁은/ 한참동안 눈시울에 머물면서/ 산과 나무를 바라보다가/ 잠자리에 드는 사람과 함께/ 밤 깊도록 뒤척이라는 걸 안다/ 그러한 초여름 초저녁에는/ 산이나 나무나 사람이/ 서로 더 친하고 싶은 상대를 정하고 싶어도/ 산과 나무와 사람이/ 서로 골고루 친하고 싶어도/ 아무 관계가 성사되지 않아 편안하다."(초여름 초저녁)부분

​ 40년 시력에서 비롯된 평안은 이런 모습일까. "서로 골고루 친하고 싶어도 관계가 성사되지 않아 편안하다"에서처럼 무언가를 애써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좋아 보인다. 홍승진 신예평론가에 의하면 이번 시집은 연민이나 동정쪽이 아니라 비정함"쪽이라고 했다. 인간의 삶을 둘러싼 문제들을 비정하게 바라볼 때 삶을 가짜로 꾸미지않고 사실적으로 인식할수있다고 말했다.

​ ​"시의 다작도 자본주의적/ 다작하는 나는 자본주의자​/ 자본주의적 시를/ 자본주의화 해 버리는 나의 행위를/ 열정이라는 말로 설명해 보려 하지만/ 시인이기를 포기하는 욕망일 것이다."(반성)부분

​ 시인은 시에서 자신의 시에 대한 반성이라면서 한국 시단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도 잊지 않는다.

"시인들이 거대 출판사에 시집을 내려 하고 거대 출판사는 다 자본화된 출판사다. 비자본주의자인 시인이 시집은 자본주의 회사에 내려고 하는 그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 올해로 등단 39년째를 맞은 시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에 말을 아껴 시를 쓴다. 그것이 다작(多作)의 비법이며 "내가 가진 건 시(詩)뿐​"이라 말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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