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의 '쌍가락지'에서 배워라
명성황후의 '쌍가락지'에서 배워라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2.13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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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중에서

[북데일리] “자신이 자각하지 못한 채 행복할 수 있는가?” -프롤로그에서

<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월인. 2014)는 행복의 조건을 개인차원에서 문화차원까지 끌어올린 ‘문화와 행복에세이집’이다. 저자 김다은 교수는 제3회 국민문학상에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 책은 개인의 욕망이 타인의 욕망에 의해 억압되거나 심지어 강탈당하여 무엇을 하건 전혀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향해 돌직구를 던진다.

“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기쁜지를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남의 행복이 아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르네 지라르의 ‘욕망이론’처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자신도 원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가령, 강한 동기가 없어도 사람들이 욕망하는 직업이기에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거나, 옆집의 거대한 냉장고를 보고 갑자기 그것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욕망을 모방하게 되는 것이다.” -플롤로그에서

‘욕망의 삼각형’이란 르네 지라르가 자신의 저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서 현대소설의 주인공들의 욕망 체계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표현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대상을 욕망할 때 스스로의 내적 발현이기보다 타인의 욕망을 매개로 한다는 의미이다.

책에는 명성왕후의 가락지사랑을 소개한다. 명성왕후는 당시 여성들의 부와 유행의 상징이었던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에 금가락지에 애착을 보였다.

미국인 저널리스트 프랭크 카펜터가 ‘드모리스트 패밀리 매거진’ 1894년 11월호에 명성황후 특집을 실으면서, “길고 가는 손은 모양이 예쁜데, 다이아몬드는 빛난 적이 없다. 유일하게 끼는 것이 금가락지인데 항상 손가락 하나에 쌍으로 끼었다.”라고 적고 있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그런 조선 왕후가 매우 개성 있고 자존심 강한 모습으로 비췄던 것 같다. -29쪽

그렇다면 황후는 왜 금가락지를 고집했을까.

책에 따르면 다이아몬드가 일본을 상징했다면 금은 조선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금이 많이 나고 금을 사랑하던 나라였다. 그런데 일본은 조선의 금을 탈취해가면서도 금은 촌스럽고 다이아몬드는 최고라는 인식을 암암리에 심었다.

“명성황후는 당시 서구문물을 동경하고 외국인들과의 교류를 즐기던 황실권력가였다. 보석류는 얼마든지 수중에 넣을 수 있었지만, 조선을 상업적으로 점령한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금가락지를 택했다. 위태로운 국가 상황에서 금가락지가 황후의 자존심과 긍지를 더 잘 나타낸다고 믿었던 것 같다.”-30쪽

사람들은 ‘행복’에 목이 마르다. 영혼을 적셔 줄 '행복의 샘물'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잠시 목을 축일 수 있을지 몰라도 갈증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갈증과 목마름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이유중의 하나로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해 남의 삶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옆집, 친구, 친척들이 비교대상이었다. 기껏해야 티비에 나오는 드라마속 주인공이나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우리는 수시로 비교에 노출되어 있다.

블로그에 노출된 맛집, 가전제품, 예쁜 옷, 멋진여행지를 찾아나서며 영혼을 위로한다. 순간은 행복하지만 시간에 쫓기며 살고 늘어나는 카드값에 허리가 휘청대느라 불행의 늪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명성왕후가 다이아몬드 반지대신 금가락지를 끼고 있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이 아닌 ‘나’로 살아가는 길은 바로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책은 이밖에도 지성과 감성을 적셔주는 43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마치 저자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읽힌다.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도리어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가고자 하는 의욕을 되살려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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