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송충이를 씹어먹은 까닭
정조, 송충이를 씹어먹은 까닭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2.0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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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의 유혹, 역사를 탐하다>

"이 책은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리路로)'가 녹아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나오는 옛길을 다니면서 역사적 사연과 본인의 감상을 적어 놓았다. 길을 걸으면서 하는 생각이 가장 균형 잡히기 마련이다. 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추천사 중에서

 [북데일리] <옛길의 유혹,역사를 탐하다>(내안에 뜰.2014)는 여행 작가인 저자가 우리의 옛길을 직접 걸으며 탐방한 얘기다. 오래전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유서 깊은 장소와 인물들을 만났다. 저자는 책에서 옛길의 유래, 길에 얽힌 역사, 인물, 전하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주변의 풍광묘사는 물론 생태보고를 통해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당시 원행에 나섰던 정조가 현륭원 주변에 송충이가 번식하여 소나무를 갉아먹고 있는 것을 보고 진노하여 송충이를 잡아 씹었다는 이야기는 정조가 얼마만큼 현륭원 주변의 조경에 신경을 썼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반면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은 조금 썰렁한 편이다. 정조의 효심이 깃들어 있는 융릉은 사시사철 새 옷을 갈아입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특히 겨울철 노송 위에 하얀 눈이 쌓인 모습은 융건백설((隆乾白雪)이라 하여, 화성팔경 중의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42쪽)

 저자는 화성(華城)의 유래와 수원 능행차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게 <탐방가이드>를 실어 주변 맛집과 교통, 탐방할 수 있는 지도도 수록해 놓았다.

 어릴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관찰력과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는 저자의 섬세한 정확한 옛길 안내는문장에서도 느껴진다. 찬란한 백제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여사비길, 삼별초의 항쟁의 울부짖음이 여전히 울리고 있는 진도 삼별초의 길, 재치와 해학으로 노래한 영월의 김삿갓 길, 도심속 생태 역사길 광주 무등산 옛길 등 유배와 역사, 잊혀진 인물들이 천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되살아난다.

 "퇴계가 숙부에게 논어를 배우러 청량산에 가면서 오죽했으면‘그림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한번 나온 감탄은 그칠 줄 모른다. 마침 날씨가 맑아 청량산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한 하늘다리까지 보인다. ‘낙동강은 청량산을 지나서야 비로소 강의 모습을 갖춘다’라는 말이 있듯이 청량산의 깊은 계곡에서 나오는 물과 합류해서 제법 강의 형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곳의 강줄기를‘미천장담(彌川長潭)’이라고 한다.‘여러 지천이 모여 이룬 길고 깊은 소’의 뜻이겠다. 퇴계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도미천망산(渡彌川望山)’을 남겼다."(70쪽)

 저자는 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가 산책하며 수행한 퇴계 오솔길을 소개한다. 낙동강 상류 강 길을 따라가다 보면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퇴계는 이 길을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했다며 주변 풍광을 감상하다보면 퇴계만이 아니라 누구나 시적 감흥이 생길 법 하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이 마치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맞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의 울림이 깊다. 그것은 저자의 방대한 역사고증과 인물탐구덕분이다. 그래서 발길 닿는 곳마다 길은 그냥 길이 아니고 바람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퇴계의 오솔길을 보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길을 걷는 행위가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불어 넣는지 알 수 있다. 니체는 "심오한 영감, 그 모든 것을 길 위에서 떠올렸다"했고, 칸트로 매일 새벽 그의 산책을 보고 주민들이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명상과 달리 걸으면서 몰입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길은 혼자 걸을 수록 좋다. 거기서 '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살고 있는 마을의 옛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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