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8할의 비밀'
나를 키운 '8할의 비밀'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1.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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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산문집 중에서

[북데일리] 인간은 누구나 생물학적 지도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렇다면 아이가 자라 건강한 어른이 되기까지에는 어떤 힘들이 작용하는 것일까? 인문학자 도정일이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문학동네.2014)에서 이를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들려준다.

  현대 생물학은 유전자가 개체 성장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말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 글쎄 그럴까? 인간의 성장이 유전정보만으로 결절되는 것이라면 성장은 드라마가 아니라 이미 결정 돼 있는 것의 운명적 전개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모든 성장의 서사Bildungsroman가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그들을 키운 비 생물학적 비밀의 단서들이 거기 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우리의 어떤 시인은 노래했지만, 이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라 우리네 유소년기의 모호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들이 묻힌 깊은 지층, 나중에 가서야 그 의미의 풍요로움이 드러나는 숨겨진 영역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논두렁 개구리 울음소리, 흐드러진 복사꽃, 동네 바보의 언어, 불타는 노을, 골목의 달빛이 들어 있다. 거기에는 미친 여자, 귀신이 나오는 집, 밤길의 공동묘지, 우리를 가슴 설레게 한 최초의 성취, 최초의 거짓말, 최초의 상실과 이별과 상처, 영광과 수치의 순간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키운 그 비밀스러운 '바람'의 목록을 이룬다. 이 바람은 유전자 장부에 들어 있지 않고 그것의 비밀은 유전자 독법만으로 해독되지 않는다.(23쪽, 24쪽. 일부수정)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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