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문학작품 속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등장한다. 직업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보는 직업과 문학작품 속에서 만나는 직업의 세계는 다르게 다가온다. 작품 속에는 주인공의 심리를 담아내기 때문에 그 직업의 세계를 더 이해할 수 있다.
<택배왔습니다>(심은경.푸른책들.2014)는 1388상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저자의 경험과 긍정적인 의지가 담긴 작품들이 담겨 있다. 친구, 가족, 사회와 불협화음을 일으키곤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현실적인 캐릭터들로 담아내 세밀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냈다. 그 중 표제작인 ‘택배 왔습니다’는 택배 알바를 하는 한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택배 직업에 대한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을 읽으니 어깨가 뻐근해지고 입에서 단내가 나는 듯하다.
곧이어 작업이 시작되었다. 단 일 초도 쉴 수 없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사료, 과일, 도서류…이건 워밍업에 불과했다. 욕실 타일, 생수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했다.
“씨발, 인간들이 집구석에 쳐 앉아서 먼 데서도 시켜 먹네. 이런 건 동네에서 좀 해결하지. 헉, 저건 뭐야? 졸라 많잖아. 이건 뭐 죽어라, 죽어라 하는 군.”
소금에 절인 배추에 이어 쌀 포대가 나오기 시작하자... 기겁하며 말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날씨마저 흐려지는 데다 후터분하고 습했다.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떨어졌다. 손가락 몇 번 까딱해 물건을 주문하고, 팔아 먹는 사람들이 모두 나쁜 새끼들 같았다. 집에서 편하게 물건을 사고 받아 보던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나와는 전혀 상관 없던 일 같았다. 진심으로 박스를 다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77쪽
퇴근하는 아빠보다 더 반갑다는 택배. 택배상자는 사람들에게 설렘과 기다림을 선물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상거래 혁명을 가져왔다.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물건을 사고 파는 '택배산업'이다. 예전처럼 무거운 물건을 들고 이고 다닐 필요도 없다. 발품 팔 필요도 없다. 손가락만 까딱하는 손품만 팔면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속터미널이나 기차역에도 손에 보따리를 든 사람들이 많았다. 화물로 부친 물건을 찾아 낑낑대며 들고 가는 사람도 많았다. 이젠 보기 드문 풍경이다. 시골에서도 여행지에서도 농산품이나 특산품을 모두 택배로 보내고 몸만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돈 몇 천원만 내면 택배상자가 집까지 배달된다.
가끔씩 손에 보따리를 들고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정겹다. 문명의 발달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몸을 편하게도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사라지게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