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한줌에 미생물 1억 5천마리!
흙 한줌에 미생물 1억 5천마리!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1.24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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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굴기 산문집<꽃 산행 꽃 詩>

 "나도 언젠가는 식물의 뿌리 곁에 몸을 뉘어야 할 때가 오겠지! 그날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꽃들 앞에 몸을 구부린다."

​ [북데일리]​<꽃 산행 꽃 詩>(궁리.2014)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들과 산에서 꽃 본 이야기다. 저자는 지난 3년 동안 꽃에 꽂혀 온 산천을 누볐다. 그 과정에서 꽃과 풀들만 만난 게 아니라 아름다운 詩의 언어를 발견해 꽃들의 자태와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로 나눠 생생한 꽃 사진과 시, 문장들로 꾸몄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가 천생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이 맑고 서정적이다.

 3년이란 시간동안 자연을 누비며 그는 꽃만 본 게 아니라 그 안의 구성원인 벌레나 곤충 바위 같은 무정물에서도 특별한 감흥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그 상황에 걸맞게 자신이 읽었던 시 편들이 맞춤하게 찾아와 준 것도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고 전한다.

​ "입술이 근질근질해지는 이 시의 한 구절대로 한 숟가락 흙 속에는 1억 5천만 마리의 미생물이 우글거린다는데, 저 넓은 밭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란 대체 얼마겠는가. 그것을 도대체 알아챌 줄 모르는 나에게 심어진 식물이 없는 밭은 텅 비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내게는 없는 것이다. 나의 눈은 텅 빈 밭을 가로질러 울타리로, 그중에서 한 그루 활짝 피어 있는 매화나무로 집중되었다."(34쪽)

​ 저자는 심었던 작물이 모두 뽑혀지고 비어 있는 밭을 보며 ​정현종 시인의 <한 숟가락 흙속에>라는 시를 들려준다. 그리고 매화꽃에 붙어 죽은 벌의 묘한 관계를 보고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풍장(風葬)이라 말한다.

​ 강원도 영월에서 식물 탐사를 할 때에는 김춘수의 <길바닥>을, 산에서 점심을 먹으며 글보다는 밥에 집착한 탓인지 천상병의 시 <편지>가 제목이 <점심>인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 책은 읽을수록 저자가 우리의 산과 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식물 이름을 안다고 그 식물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듯 꽃을 통해 그 주변의 풀과 나무의 사연까지 아우르는 눈매는 예리하면서도 부드럽다.

​ 우리 땅 자락들을 톺아 보여주는 43편의 생생한 꽃과 시의 만남은 순전히 저자의 발품덕분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그의 말이 떠오른다.

​ "좋은 물건을 포장할 때 보기 좋은 매듭을 짓듯 꽃은 지상의 세계가 마무리되는 한 표시이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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