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의 수학공식?
사랑과 이별의 수학공식?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1.24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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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린의 『이름을 말해줘』

[북데일리]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의 존 그린이 <이름을 말해줘>(웅진지식하우스. 2014)로 화제다. 첫사랑의 이름과 같은 여자친구에게 차이는 주인공 콜린의 이야기다.

 한때 신동으로 주변의 기대를 받았던 콜린은 열아홉 번째 여자친구 캐서린에게 차였다. 놀랍게도 열아홉 명의 여자친구 이름은 캐서린이다. 실연한 친구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하산은 콜린에게 자동차 여행을 제한한다. 둘은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이 있는 건샷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린지라는 소녀를 만난다.

 콜린은 린지 엄마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건샷이 어떤 곳이며 어떤 일을 했는지 녹취하는 일이다. 콜린은 그곳에 머물면서 지금까지 차인 연애를 증명할 공식을 만든다. 그러니까 사랑을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 공식은 콜린의 과거 연애를 통계로 어떤 연애든 콜린이 차일 거라는 공식이다. 그러나 공식을 만들수록 변수가 생긴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다른 것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애너그램, 책에서 배운 사실들을 뱉어내기,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원주율 99자리 암기하기, 똑같은 아홉 글자의 이름을 가진 여자들과 계속 사랑에 빠지기, 계속 타자를 치고 또 치고 또 치고 또 치고, 그가 독창성을 발휘할 유일한 희망은 이제 그 수학적 정리밖에 없었다.’ (137쪽)

 소설은 이처럼 엉뚱한 이별 공식과 함께 콜린과 린지의 지난 시절을 들려준다. 건샷에서 나고 자라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는 린지. 콜린이 정리한 이별 공식을 읽으면서 린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애정을 생각한다. 캐서린 외에는 어떤 사랑도 할 수 없다던 콜린도 린지에게 호감을 느낀다. 린지의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사건으로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다.

 ‘콜린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일 사이의 간격, 우리가 예측하는 일과 실제로 일어나는 일 사이의 간격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간격 사이에 자신을 다시 만들어낼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동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공간, 그 이야기를 좀 더 낫고 다르게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다시 계속해서 태어날 수 있는 공간이. 뱀을 죽이는 사람, 대공, 또다콜 퇴치자, 어쩌면 천재까지. 누구든 될 수 있는 공간이 거기 있었다. 지금까지의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 콜린이 건샷에서 배운 것은 다가오는 미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312쪽)

 이별을 수학공식으로 정리하다니, 정말 기발한 상상이다. 열정 가득한 십 대의 발랄함과 순수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함수 그래프를 만나는 일도 재미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연애를 대입했을 것이다. 반복되는 짧은 연애를 통해 과거가 된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콜린과 린지의 마음은 커진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과거는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미래는 그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콜린처럼 조금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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