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족의 이야기를 찾아서
사라진 가족의 이야기를 찾아서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1.1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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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중에서

 

[북데일리]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의 감정은 슬프고 애틋하다. 가족과의 이별은 더 아릿하다. ‘죽음’을 통한 이별은 끈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잠시의 이별은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견딜 수 있지만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이별은 몸과 마음까지 흔들린다. 그것도 준비 없이 이별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심장까지 아플 정도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떠나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가 우리가  잊지 않고 떠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것 아닐까.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자음과 모음.2014)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희망이야기가 담겨 있는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국경을 넘는 아이들>,<수상한 아파트., <Mr 박을 찾아주세요> 등이 있다.

어느 날, 주인공 태산의 아버지가 주차되어 있는 트럭이 구르면서 아버지가 치여 죽는다. 엄마는 이미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태산은 슬픔을 추스릴 시간도 없이 아버지가 남긴 사진으로 남긴 ‘해리미용실’을 찾아 나선다. 미용실의 남자주인은 태산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는 연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사람이었다. 이후 태산은 아버지가 장판 밑에 남겨놓은 젊은 여인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낸다. 미용실 남자와 엄마는 자신을 낳았고 결혼식을 앞두고 엄마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었던 것. 자신을 늦둥이로 키우던 엄마와 아버지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이야기는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것 같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복선으로 미용실 남자가 태산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걸 암시한다. 수건 접는 방법, 곱슬머리, 액자 속 갈매기, 아버지가 한숨과 함께 내뱉던 말 등등.

이 책은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을 다루는 무거운 소설이지만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태산과 친구 기형이의 티격태격 하는 모습과 대화들이 글의 무거움을 덜어준다. 거기다 태산의 오촌과 옆집 떡집부부의 호시탐탐 재산을 노리는 모습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준다.

혼자서 슬픔을 견디고 앞날을 살아가야 하는 태산에게 건네는 담임선생님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은 양파 같은 거다. 여러 개의 껍질로 쌓여 있단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저 밖으로 내보이는 게 내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하거든.(중략) 어려움을 벗겨내면 그와 반대가 기다리고 있고 슬픔을 벗겨내면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이 슬프다고 내일까지 슬픈 법은 없고 지금이 힘들다고 네 앞날이 계속 그렇지는 않을거야.”-168쪽~169쪽

저자는 자신의 친구를 갑작스럽게 보내야 했던 아픈 사연을 떠올리며 말한다.

“이 책을 진행하고 있을 때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했던, 그것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보내야 했던 분들의 아픔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중략) 사고라는 이름으로 묻히지 않아야 할 일들이 있다. 절대 잊혀서는 안 될 일들이다. 남겨진 이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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