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겐 뭔가 있어!>(사계절.2014)는 천진한 아이와 능청스러운 할머니의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먹을거리’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림책의 작가, 신혜원은 충북 월악산 아래에서 닭들과 재미나게 살고 있다. 동네 할머니들이랑 봄이면 나물 캐고 여름이면 옥수수 따고 가을이면 곶감을 말리며 살고 있다. 저서로는 <어진이의 농장 일기>, <글자없는 그림책 시리즈>(전3권),<세 엄마 이야기>등이 있다.
저자는 뭐든 사는 것보다는 만들고 키우고 돌보는 일이 일상인 곳에서 살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모든 생명이 귀하고 어떤 음식이든 쉽게 남기고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기지 말고, 버리지 말고, 싹싹 맛있게 먹자!”가 꼭 하고 싶은 말이 되었다. 그 말이 아이들에게 잔소리처럼 들리면 귀부터 막고 싶을 테니까, 재미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엄마를 따라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익숙한 아이는 할머니는 먹을게 참 많은데 그걸 다 어디서 사는 지 궁금하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반복해서 묻는다. 할머니에게 달걀이 어디서 나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사긴, 우리 집 암탉이 매일 딱 하나씩 주지!” 뻥튀기를 어디서 샀느냐고 묻자 “뻥튀기 할아버지가 맛있게 튀겨주지!”
아이는 어디서 사는지 묻지만 할머니는 사오는 것은 없다. 모두 밭에서 나고 들에서 나고 나무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아이는 거짓말쟁이(?)할머니를 따라 나선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할머니는 분홍 보따리, 깜장 보따리, 먹을거리를 잔뜩 싸주십니다. 도대체 이 많은 먹거리를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요? 할머니에겐 분명 뭔가 있어.”-본문 중에서
책은 할머니의 사계절 땀과 노고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비가 오는 여름도, 바람 부는 가을도 세상이 꽁꽁 언 겨울에도 할머니는 닭을 보살핀다. 햇살 따스한 봄날 닭장 속 깊이 든 알을 꺼내는 할머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알 세 개를 품에 안고 나오는 모습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할머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먹거리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재미있는 글과 함께 실려 있다.
이 그림책은 앞뒤의 전개를 달리한다. 앞에서는 할머니 비밀이 궁금한 아이가 ‘이럴지도 몰라, 저럴지도 몰라’ 상상을 풀어 놓고, 뒤에서는 할머니의 진짜 비밀이 드러난다. 그래서 앞은 순정하고 서툰 크레파스 그림으로 뒤는 복닥복닥 아기자기하고 꼼꼼하게 그렸다.
땅콩밭 추수장면이 재미있다.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들이 그 작은 땅콩을 얻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실감나게 담겨 있다. 주렁주렁 달린 땅콩은 땅콩은 땅콩이 아니라 할머니의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