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식당 '엘불리' 이야기
신의 식당 '엘불리' 이야기
  • 한지태 기자
  • 승인 2014.11.05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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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 아드리아 음식 철학적 해석

[북데일리] 매년 250만 명 정도가 예약을 시도하지만 그중 8천 명 정도만이 식사할 기회를 얻는 곳. 세계적인 식당 엘불리 이야기다. 대체 어떤 요리가 있길래, 음식 맛이 어떻길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 꼭 가보고 싶을 테고.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식당은 2011년 7월 30일 문을 닫았다. 그 이유가 더 재미있다. 새로운 요리로 다시 문을 열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실망할 것 없다. 하지만 그 말이 더 허탈하다. 왜냐하면 그 식당 음식을 먹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우니 말이다.

<엘불리의 철학자>(함께읽는책. 2014)는 철학자 장 폴 주아리가 엘불리의 주인공인 천재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와 그의 레스토랑의 음식에 대해 철학적, 미학적 고찰을 담은 예술서이다.

저자는 운 좋게도 거의 매년 엘불리의 새로운 요리를 맛보고 페란 아드리아와 대화할 기회를 누렸다. 앞의 이야기를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 행운인지 알 것이다. 엘불리는 1년 중 6개월은 영업을 하지 않고 창조에만 몰두하며, 하루 50명의 손님만 받는다.

엘불리는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한마디로 예술적 창조의 장소다. 손님들이 그저 편안하게 식사를 하려고 오는 곳이 아니라 콘서트홀이나 전시 갤러리처럼 내밀한 감성을 추구하는 곳이다.

공모자의 웃음이 확산되고 대화가 오가기 시작한다. 손님들은 여행을 떠나 모험을 즐긴다. 새로운 접시가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은 점점 강도 높은 경험을 하게 된다. 레스토랑보다는 콘서트홀 혹은 극장 같은 곳에서 할 법한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엘불리는 더 이상 ‘레스토랑’이 아니다. -본문 중에서

책은 그 이유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일종의 해설서다. 이를 한 문장으로 하면 다음이다.

‘요리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면 이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에 따라 저자는 페란 아드리아의 요리를 상세하게 분석한다. 여기서 예술에 대한 칸트의 이론이 주요 분석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결론은 요리가 예술 작품이라고 결론짓는다. 이런 식이다.

‘페란 아드리아의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그의 요리에서 모든 종류의 해체, 비물질화, 전이, 일탈, 놀라움, 환상, 충격, 웃음, 어긋남 등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요리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며 그로인해 다시 자신으로 회귀하게 한다.’

그렇다면 페란 아드리아는 누구인가.

그는 온갖 종류의 메달을 받았고, 수많은 강연회와 컨퍼런스에 초대받았으며, 다양한 칭호의 최고 요리사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에 관한 기사만 1만 편이 넘게 쓰였고, 수도 없이 방송국에 불려가거나 책 속에 등장했다. 전 세계의 유명 셰프들이 엘불리를 방문했고, 심지어 만토바니는 그의 요리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기도 했다. -본문 중에서

요리를 철학으로 분석한 내용이 ‘입맛’을 자극하고,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프랑스(혹은 유럽) 요리의 역사, 예술사, 미학사가 읽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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