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의 서정 미학
짧은 시의 서정 미학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1.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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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시집 <그늘의 정체>

 "말이 많아지면서 뜻을 잃고 있는 현대시의 악습에 물들지 않고 서정시의 본령을 지켜낸 시인의 이번 시집은 촌철살인의 미학을 추구한다."-추천사

 [북데일리] 김주완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늘의 정체> (시인동네.2014)는 2008년 이후에 쓴 단시 중에서 75편을 묶었다. 시인은 자연 대상물 중 생명력 있는 것들을 살펴 깊은 사유로 표현한다. 짧은 시의 미학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의 서정시를 만나보자.

 "수많은 여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입니다/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저 살결 너무 고와 차마 손대지 못하겠습니다/ 사람마다 한때는 저런 사람 있었겠지요" (벚꽃) 전문

​ 벚꽃을 여인들로 비유하는 화려한 은유는 매우 감각적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워 바라보지 못할 한때라면 꽃 같은 젊은 날을 뜻할 것 같다.​ 생동하는 봄과 대조되는 겨울 서정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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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생을 살고 나면 누구든 모과나무가 됩니다/ 파이고 찢기고 부러진 곳에 딱지 앉고/ 문둥이 손처럼 뭉텅뭉텅 옹두리가 남아/ 그 속 깊이 험한 바람을 재우고/ 천둥 치고 비 오던 밤을 가두며/ 고단한 열매를 툭툭 떨어뜨리는 모과나무/ 단단한 침묵이 됩니다/ 누구든 한 생을 살고 나면/ 겨울나는 모과나무의 떨어지지 않는/ 그늘딱지가 됩니다 ."(딱지)전문

​ 시인은 겨울 모과나무에 마음을 준다. 생의 주기로 본다면 겨울은 원숙한 노년이 아닐까. 그런 만큼 그가 사용하는 시어(옹두리, 그늘딱지)도 삶의 풍부한 경험과 오랜 연륜이 느껴진다. 이처럼 시인의 시 가운데는 해넘이의 풍경처럼 사유의 이미지가 가득하고 인간은 죽음을 통해 삶의 경지를 깨닫게 한다.

 시의 해설을 맡은 송희복 문학평론가는 ​"시편마다 계절의 순환감각이 살아 있고 서정시로선 언어의 돋을새김을 드러낸 서정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의 짧은 시는 이미지로 느낌을 잘 살려낸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서정을 만끽하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시집이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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