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친구만 있다면...
단 하나의 친구만 있다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0.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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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신작동화

 [북데일리] 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좋게 지내다’, ‘친하게 지내다’는 말은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우정을 키우고 친구를 만든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무조건 친구와 싸우지 말고 지내라는 말은 압력인지도 모른다. 황선미의 신작동화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비룡소. 2014)은 단 하나의 친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화다.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 주경이는 학원 가기가 정말 싫다. 같은 반 반장인 혜수가 두렵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는 아주 친한 것처럼 대하지만 심부름을 시키고 괴롭힌다. 매일 초콜릿을 사다 바치는 건 그나마 괜찮다. 혜수는 새로 전학 온 명인의 구두 한 짝을 버리는 일을 주경에게 시킨다. 잠깐 구두를 숨겼다가 명인이에게 줄 거라고 혜수는 말했다. 하지만 혜수는 구두를 정말 버렸다.

 ‘괜찮아. 나 혼자서 저지른 일 아냐. 괜찮아. 난 이보다 더 심하게 당한 적도 있어. 괜찮아. 신발이 그것뿐이겠어. 다른 거 신으면 되지.’ (41쪽)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죽집을 하면서 주경이를 키운 엄마에겐 말할 수 없다. 혼자서 속상한 주경이는 집으로 가는 골목 모퉁이 가게 ‘기역자 소풍’을 보는 게 참 좋다. 자주 가게 밖에서 장화를 본다. 이상하게 따뜻해지고 위로가 된다.

 ‘노란 장화. 빨간 장화. 까만 장화. 주황 장화. 파란 해바라기. 웃는 고래. 춤추는 음표. 무지개 나뭇잎, 예쁘다. 나란히 있는 게 아주 잘 어울린다. 사이좋은 친구처럼. 저 중에서 하나라도 팔리면 섭섭하겠다.‘ (51쪽)

 명인이의 구두가 어떤 구두인지 알게 된 건 죽집에서 일하는 할머니 때문이다. 명인이가 할머니 손자였다. 주경이는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 놓는다. 전학을 가고 싶었다. 명인이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라서 정말 미안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명인이는 주경이에게 화를 내는 대신 마음이 아팠냐고 묻는다. 그런데 명인이는 주경이를 따돌리지 않고 학예회 준비를 함께 하자고 쪽지를 보낸다. 주경이와 명인이는 서로에게 단 하나의 친구가 된 것이다. 열한 살, 명인이와 주경이의 예쁜 우정이 오래 계속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동화다. 더불어 아이들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라는 걸 해요. 하찮은 사람과 괜찮은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실수가 누군가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태도에 달려 있을 거예요. 또한, 옳지 못한 경우를 당한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겠지요. 그럴 때 곁에 단 하나의 친구만 있어도 좋을 텐데요. 생각해 보자구요.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118쪽, 작가의 말 중에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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