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자살을 관리한다고?
국가가 자살을 관리한다고?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0.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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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지만 공감은 어려워...

[북데일리] ‘상실의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기억을 차단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흘러넘쳤을 때의 고통 또한 깊다. 더군다나 기억은 머리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온몸이 기억한다. 고통의 기억은 세포 하나하나에 깃든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도, 너무나 아파서, 참을 수가 없다. 눈을 감아도, 기도해도, 온몸이 한없이 아파서, 나는 어디에도 갈 수가 없다.’ (81쪽)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사람들은 삶의 끝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생각에서 멈추지만 누군가는 행동으로 옮긴다. 우리는 그것을 자살이라 부른다. 그런 행동이 누군가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실의 상처가 된다는 건 안다면 판단을 유보할 수도 있을까?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국가가 자살을 관리한다는 설정의 <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북스토리. 2014)란 소설도 그런 믿음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소설은 코끼리와 해골이 대화하는 기묘한 꿈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요스케가 자주 꾸는 악몽이다. 요스케는 6년 전 묻지마 범죄로 한 살배기 아들을 잃었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힘든 시간을 산다. 아내 유리와 이혼을 했지만 친구처럼 만난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아들을 잃은 상실에 대해 서로 마음을 터놓지 않는다. 요스케는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센터를 찾는다. 자살센터는 상담자와 다섯 번의 상담을 통해 자살이 아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끝내 설득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자살을 허용한다.

 요스케는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센터의 직원은 요스케의 신원에 대해 조사하고 그가 왜 자살을 하려는 이유를 찾는다. 어렸을 때 가출한 어머니, 형의 자살, 왕래를 하지 않는 아버지, 아들을 잃은 아픔까지 복합적이다. 그러니 상담자도 자살을 말리기가 어렵다. 확고한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상담자는 자살통지서를 받을 사람의 명단과 주변 정리를 할 시간을 보내라고 말한다.

 상담을 받으면서 요스케는 고마웠던 사람을 차례로 만난다. 오랜 친구, 전처 유리, 불면증을 위해 약을 구해준 기리코에게 먼 여행을 떠날 거라 말한다. 그들은 요스케가 잠시 일을 쉬고 있을 뿐 자살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다. 요스케 역시 집 안을 정리하고, 책을 읽고, 비디오를 보거나 맥주를 마시다 잠드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다. 드디어 마지막 날 요스케는 아들을 죽인 범인이 사형을 당하자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 게 자살의 동기라고 고백한다.

 누구나 한 번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자살률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국가가 개인의 자살을 관리한다는 기괴한 설정은 독자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분명 작가는 자살이 아닌 삶에 대한 의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스케에겐 전혀 살고자 하는 이유가 없다.

 “네가 아들을 잃고 깊은 곳으로 갔을 때, 우리는 연결된 거야. 그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와 상황이 생긴 거야.” (320쪽)

 환상처럼 보이는 형과의 대화 후 살아남은 요스케는 그저 애매하고 모호할 뿐이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코끼리 꿈처럼 말이다. 어쨌든 독특한 소설이다. 그것이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 죽음과 생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읽었는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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