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번역 비교해보니...
<위대한 개츠비> 번역 비교해보니...
  • 신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14.10.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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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데이지한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는데,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으로부터 나오는 반응 정도에 따라 자기 집의 모든 것을 재평가하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녀가 눈앞에 나타난 이상, 다른 그 무엇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처럼 이따금 그는 자신의 소유물들을 멍한 시선으로 둘러보았다. - 민음사 번역, 132-132쪽

개츠비는 잠시도 데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집의 모든 장식물들은 데이지의 눈에 비치는 반응에 따라 재평가되고 있는 것 같았다. 데이지의 놀라운 존재가 눈앞에 있음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딜이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개츠비는 집 안을 멍하게 둘러보았다. - 더클래식 번역, 118~119쪽

개츠비는 데이지에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눈에서 이끌어낸 반응의 척도에 따라 자기 집에 있는 모든 걸 재평가했던 것 같다. 또한 그는 이따금씩 마치 그녀가 놀랍게도 실제로 눈앞에 있는 이상 어떤 것도 더 이상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듯이 멍하니 자신의 소유물들을 둘러보곤 했다. - 펭귄클래식 번역, 181쪽

[북데일리] <위대한 개츠비>의 한 대목이다. 민음사, 문학동네, 더클래식, 펭귄클래식 등 출판사마다 번역에 차이가 있다. 펭귄클래식의 번역은 직역 위주라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다. 민음사 쪽도 조금 나을 뿐이지 비슷하다. 문학동네는 소설가 김영하의 번역으로 세련되긴 하지만 너무 의역을 한 부분이 많다.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더클래식의 번역이 깔끔하고 문학적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위대한 개츠비>의 역자 해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츠비가 자기 인생을 걸고 사랑하는 이 여성은, 실은 그런 사랑을 바칠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우리의 주인공 '위대한' 개츠비가 인생을 걸고 사랑하는 여자가 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여자라는 아이러니는, 사실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니다. (…) 개츠비도 그걸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사랑할 가치가 없는 여자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 아니 그 여자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사랑한다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상투적 로맨스의 공동묘지에서 부활해 하늘로 승천한다."

소설가 김영하씨의 말대로 데이지가 사랑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단칼에 규정지을 만큼 소설은 단순하지 않다. 그랬다면 이 소설은 외면받았을 것이다. 개츠비보다 데이지로 인해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의미가 있다.

데이지와 재회한 첫만남의 묘사를 보면 뚜렷하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눈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평가하고 싶었다. 데이지가 사랑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결말 부분에서 독자들만 느끼는 것 뿐이다.

개츠비는 데이지 앞으로 와이셔츠를 하나씩 꺼내 던졌다. 형형색색의 와이셔츠더미에 그녀는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는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너무 슬퍼요." 이 아름다운 장면은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내 시선이 데이지에게 향했다. 그녀는 놀라움을 넘어서서 공포에 질려 개츠비와 톰을 번갈아 보았고, 베이커는 턱 끝에 물체를 올려놓은 듯 균형 잡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개츠비에게 시선을 옮겼는데, 그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정원에서 사람들이 쑥덕거리던 모략은 무시하더라도, 개츠비는 마치 살인이라도 한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정말 그렇게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 더클래식 번역, 180쪽

개츠비와 데이지가 파경에 이르는 대목이다. 데이지를 향한 사랑의 순수성만 보면 개츠비는 위대하다. 하지만 그의 수단 방법을 가리지않는 집착은 데이지를 충분히 공포로 몰아넣는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어찌 단순히 데이지를 악녀로만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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