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짓고 사람을 품는 집
사람이 짓고 사람을 품는 집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0.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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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인간이 만든 자연>

[북데일리]기자는 생리적으로 같은 것보다 다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습성이 있다. 기자생활 20년의 경험으로 <집,인간이 만든 집>(책보세.2014)를 펴냈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한, 중, 일 3국의 전통가옥문화를 살핀다. 18세기 중엽 3국의 수도에 있는 가옥을 기준으로 세 민족의 삶이 어떻게 비춰지고 나타났는지 그 이야기를 쉽게 풀어 설명한다.
 
 같으면서도 다른 동양 3국의 철학적 토대는 모두 기氣다. 기는 가옥의 기반인 터가 되고 그 터는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기를 교환하게 만든다고 한다. 터와 기의 다른 교환 방식으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문화비교는 같은 듯 다른 듯 매우 흥미롭다.
 
 "쯔진청의 중축선은 대칭문화의 상징이다. 대칭성이란 인위성을 의미한다. 랑쓰청의 말에서 "인공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중국식 사고를 드러내고 있다. 사실 중국인은 좌우대칭을 최고의 인공미로 인식한다. 그것은 단지 감각이 뀌어난 조형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칭 구조을 통해 상대성의 조화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서로 대칭되는 것은 결국 조화하게 된다는 게 중국인의 생각이다. 그렇다보니 '좋은 일은 짝을 이룬다는'는 생각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124쪽)
 
 중국 대칭문화의 관념은 언어생활에서도 적용된다. 그들이 중요시 하는 사자성어도 두 글자씩 뗄 수 없는 대칭구조로 되었다.<서경, 주역, 맹자, 춘추, 장자>고전의 글도 대칭구조인 사언절구로 만들어졌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초대손님의 숫자, 음식 가짓수, 결혼 축의금까지 홀수로 하면 큰 실례가 될 정도라니 짐작할만 하다.
 
 "여성 공간인 안채는 집안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 이는 남성 공간인 사랑채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가옥구조상 남성이 여성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형태다. 사랑채의 창문은 절대 안채를 향해 내지 않는다. 중문은 안채를 시각적으로 방어한다. 나중에는 아예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담을 쌓고 중문을 만들었다. 중문은 대문에 버급가는 크기로 만들었다. 부부의 벽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가리개 역할을 하는 중문이 대문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210쪽)
 
 남녀 구별이 확실했음을 보여주는 한옥의 가옥 배치도다. 저자는 이를 통해 가옥의 중심을 안채에 둔 여성상위의 가옥구조가 계급역전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가옥은 개방적이고 자연친화적이어서 기둥이나 대들보도 모양 그대로 사용했다 전한다.
 
 습기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로 집을 짓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즉 일본의 가옥 구조는 여름 중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습기를 흡수하기 위해서 다다미를 깔았다. 통풍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가능한 얇은 벽과 많은 문을 만들게 됐다. 그렇다보니 겨울은 춥다. 거기다가 일본 가옥에서 난방장치는 상대적으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습기와 추위를 동시에 해결할 수있는 방법이 목욕이다. 고온다습한 여름과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방편으로 목욕을 즐기는 것이다. 목욕을 통해 여름에는 땀을 씻어내고 겨울에는 몸을 데우는 것이다."(360쪽)
 
 일본 가옥인 '나가야'와 '마치야'에 대한 얘기다. 나가야는 노동자 합숙소 형식에서 출발한 가옥으로 마당으로 자연을 끌어들였고 그로 인해 분재가 일본에서 발달하게 된 것도 알 수 있다.
 
 그 중 관심이 가는 것은 3국의 서로 다른 난방방식이다. 한국은 온돌로 자연주의 사상과 유교사상이 공존하고, 중국 동북 3성은 침대형 온돌인 캉의 핵심은 생존을, 일본은 난로인 '이로리'와 고타쓰'를 사용한 코드는 '변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통가옥은 나라의 지리와 기후, 과학기술 생활양식과 가치관, 미의식 가족제도와 가족의식까지 그들이 간직한 삶의 철학이 반영됨을 보여준다.

 이처럼 저자는 3국의 전통가옥​을 비교 하면서 연관성과 상이성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지만 결국 가옥문화의 대비는 지혜의 나눔이며 집은 지식으로 짓는 게 아니라 지혜로 짓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면 동양 3국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진정한 나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이 인상 깊다.

 책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사람이 짓고 사람을 품어주는 집. 집은 누가 사느냐에 따라 삶의 미학도 다르다. 집은 그냥 집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순간 집은 숨을 쉬기 시작한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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