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작가 이미나 "이번엔 짝사랑 얘기"
밀리언셀러 작가 이미나 "이번엔 짝사랑 얘기"
  • 북데일리
  • 승인 2007.03.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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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작 ‘아이 러브 유’ 펴낸 라디오작가 이미나

[북데일리] 류시화 최인호 한비야 김훈 김진명 박완서 이미나 공지영 김별아 박경리…

2005년도에 책을 가장 많이 판 국내작가 10명이다. 이 중 이미나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 첫째, 이름조차 생소한 인물이다. 둘째, 전업작가가 아니다. 셋째, 발표한 두 권이 모두 밀리언셀러가 됐다.

이미나(33) 씨는 ‘FM 음악도시’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에서 활동한 라디오 작가다. ‘FM 음악도시’의 한 코너 ‘그 남자 그 여자’를 책으로 펴내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 남자 그 여자>는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남녀의 심리 차이 묘사로 독자의 공감을 얻어냈다. 1.2권 합쳐 2백만 부가 넘게 팔리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출판사 기획자도, 저자 자신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최근 신사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이미나 씨는 “비정상적으로 많이 팔린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그 남자 그 여자’ 원고가 많이 퍼져있었어요. 홍보효과를 냈죠. 그리고 선물하기 좋은 책이었다는 게 결정적이었어요. (독자들이) 쵸콜릿을 사듯 구매했던 것 같아요.”

책의 성공은 그녀에게 많은 걸 안겨주었다. 출간 제의가 속속들이 이어졌고, 드라마 공연 대본 등 이전까지와는 다른 길도 펼쳐졌다. 소설 <아이 러브 유>(갤리온. 2007)는 이 씨에게 주어졌던 기회들 중 하나를 ‘덥석’ 잡은 결과물.

“짝사랑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어요. 짝사랑이 제 특기이자 장기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 힘들더라고요. 짝사랑이… 글 쓰면서 제 자신이 위로를 참 많이 받았어요.”

저자의 말처럼 <아이 러브 유>는 네 남녀의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를 다루고 있다. 바라보는 상대가 각기 다르기에 모두 ‘짝사랑’을 하고 있는 셈.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랑에 빠진 인물들의 내면을 절묘하게 포착해냈다.

가수 성시경과 감성 코드 잘 맞아…

“이미나 작가 글이 나랑 잘 묻어요. 입에도 묻고, 감성도 맞아서 (읽으면서) 안 울려고 노력할 정도죠. 사실 마음만 먹으면 울 수도 있어요.”

가수 성시경은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첫 방송(2005년 10월)을 마치고 갖은 인터뷰에서 이미나의 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성시경 씨가 ‘그 남자 그 여자’에 가장 많이 출연한 게스트였어요. 그 인연이 ‘푸른 밤’으로 까지 이어졌죠. 제 글을 좋아해주더라고요. 저 역시 잘 읽어줘서 고맙고 예쁘고. 그래서 친해졌어요.”

술도 친분을 쌓는데 한 몫을 했다. 집이 가까운 둘은 동네 포장마차에서 자주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

“포장마차 이모가 우리 보고 ‘못난이들’이라고 불러요.(웃음) 연애를 할 때 앞뒤 재지 않고 흠뻑 빠져든다는 점,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둘이 비슷해요.”

감성 코드가 통해서 ‘찰떡궁합’을 자랑한 DJ와 작가였지만, 올 1월 이 씨는 방송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 책 등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 러브 유> 서문에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인사를 성시경에게 전한 이유다.

“실컷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어요.”

“나는 사람들이 웃는 게 너무 웃겼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고 다니나 싶었거든. 그때 나한텐 온통 세상이 그래 보였어. 깜짝 놀랄 일도 없고, 화낼 일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업고, 맛없어서 못 먹을 것도 없고,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고 우중충한 회색처럼.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내가 움직이더라. 방 안에 늘어져서는 며칠씩 꿈쩍도 하지 않다가도 네 전화가 오면 몸을 벌떡 일으켜 5분 만에 집에서 나가더라고.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누워만 있었을 거야. 너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는 이미 그걸로 나한테 해 줄 거 다 해 준 거나 마찬가지야.” (동욱의 독백 중에서)

<아이 러브 유>에서 남자 주인공 ‘동욱’은 여자 주인공에 대한 감정을 담백하게 표현한다. 여자는 그렇다 쳐도, 자신과 성(性)이 다른 남자의 심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씨는 “그저 그 사람 입장에 서서 쓸 뿐”이라고 설명했다. 심리서나 연애지침서는 참고하지 않는 편. 오히려 어린 시절 탐독했던 동화책이 큰 도움이 됐다.

“동화는 거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잖아요. 덕분에 다양한 등장인물의 심리를 볼 수 있었죠.”

글을 쓸 때는 철저히 등장인물이 된다. 단순히 대사를 읽는 수준이 아니라 연기에 몰입한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앞에 두고 중얼중얼 거리며, 웃고 우는 여자가 있다면 이미나일 가능성이 높다.

본인 말에 따르자면, 이 씨는 연애에 있어 고수라기 보다는 하수. 따라서 <아이 러브 유> 역시 연애를 할 때 ‘이렇게 하면 좋다’가 아닌 ‘이렇게 하면 안 된다’를 보여주고 있다고. 그녀는 ▲상대가 받고 싶어하지 않는데 주려고 하지 마라 ▲준 만큼 받지 못한다고 서운해 하지 마라는 조언을 사랑에 빠진 독자에게 건넸다.

사실 사랑에는 충고가 필요 없단다. 아픈 사랑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게 이 씨의 지론. 그녀는 “사랑한다면 지금 당장 고백하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아흔이 넘은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대요.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 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것이라는 답이 많았대요. 사랑은 안 늙잖아요. 그런데 실컷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고.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마음을 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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