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읽는데 80초?
에세이 한 편 읽는데 80초?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9.2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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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생각 나누기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칫솔질하는 시간, 구두끈을 매는 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그런 자투리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을 가지고도 우리는 일생을 결정짓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80초는 물음표와 느낌표를 찍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나는 늘 그러한 물음표와 느낌표의 순간 사이에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북데일리] 80초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사고와 사유의 폭넓은 진화를 보여 주고 있는 이어령 박사가 TV 프로그램 등에서 소개한 '80초 생각 나누기'를 책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시공미디어.2014)으로 펴냈다. 책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형식은 간결하고 쉽게 읽힌다. 75편의 에세이는 3쪽 안팎이며 시처럼 단락을 끊어 써서 메시지 전달이 쉽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느껴야 움직인다'에서는 감동을, 2부 ‘길을 묻다’에서는 지식보다 지혜를, 3부'작은 생각 큰 마음‘에서는 역사적 사건과 지식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책은 마치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현대인을 배려한 듯하다.​ 저자에 따르면 에세이 한 편을 읽는데 80초라는 시간은 가장 편안하고 집중하기 좋다. 하지만 에세이가 주는 감동의 깊이와 식견의 넓이는 결코 간결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80초일까.

​ “80초의 8자를 눕혀보세요. 무한대의 기호‘∞’가 되지 않습니까? 80초의 짧은 순간에 무한하고 영원한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6쪽)

 80은 저자의 나이 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 80에는 무한대의 의미 외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음을 들려준다. 0은 영원히 순환하는 우주 혹은 알(卵)이라 덧붙이며 두 마리의 뱀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ouroboros)신화의 뱀 이야기, 80에는 0이 세 개나 8자를 눕히면 안이 겉이 되고 겉이 안이 되는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들은‘ 감동했다.’ 고 말하지 않고‘감동 먹었다.’ 고 말합니다. 먹을거리가 없어서 배가 고팠었는데 오늘의 한국인들은 감동거리가 없어서 마음이 고픈가 봅니다. 그래서 굶주림의 보릿고개가 아니라 비정한 문명의 사막을 넘어야만 춤추고 노래하며 살 수가 있습니다.”(9쪽)
 
 한편 감동(感動)이라는 한자를 풀어 '느껴야 움직인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에세이는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에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이처럼 책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 아버지, 어머니, 이솝우화, 스마트폰부터 고대 그리스, 조선시대 역사 전반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특히 책 말미에 수록된 '깊이 읽기' 에서는  각 글의 배경이 된 실화를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요즘 젊은이들은 궁금증이 생기면 고민하지 않는다. 손 안에 스마트폰이 답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으로 전해주는 감동은 대신해 주지 못한다.
 
  책은 이 시대 창조적 어른이신 이어령 박사가 무한 소통 시대에 고립된 청춘들에게 쉬운 화법으로 선사하는 희망 메시지다.  그가 전하는 감동, 지혜, 통찰력은  필요하지만 검색 사이트에서는 불가능하다. 책 읽기 좋은 가을,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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