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의 <내술상의 자산어보>에서
[북데일리"사람이 한 평생 사는 중에 근심 걱정 없는 날 다 합쳐도 열흘이나 될까"는 옛사람들이 불렀던 노래말처럼 <내술상의 자산어보> (문학동네.2014)엔 술과 바닷물처럼 짜고 지난하게 살아가는 뱃사람들이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눈은 쓸쓸하고 슬퍼 보인다. 금방이라도 눈물 날 듯하다.
밤이면 밤하늘 별을 바라보는 본능은 거기에서 왔다. 누구나 눈물이 날 것 같으면 고향생각을 하게 되는 법이니까. 우리는 우는 종족인 것이다. 울고 난 뒤에 그 다음번 울음을 울면서 그동안 살아왔다. 행성 간을 싸돌아다니는 여행객이 차 한 잔 하려고 들렀다가 이 별의 특산품은 무엇인가요, 물어 온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합할 것이다.
"눈물입니다."
엉 울고 있는 우주인은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우주의 어떤 미세한 존재였을 때도 울었던 기억이 없다. 대신 이곳에서 태어나서 가장 먼저 했던 짓이 우는 것이었다.
우리는 신을 닮았다, 고 믿을만한 수도자가 말했다. 우리는 눈물의 종족이듯, 그의 말에 따르면 이 푸른 물방울의 행성은 신의 눈물방울일 가능성이 높다. 신도 고달팠으리라. 외로웠으리라. 힘들게 세상 꾸려 놓기는 했는데 버겁기도 하고, 막상 그래놓고 보니 울컥하기도 해서, 다른 도리가 없었어, 도리질 치다가 글썽, 한 방울 흘러내린 것, (19~20쪽).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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