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나면 못잊는 '기발한 상상력'
읽고나면 못잊는 '기발한 상상력'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08.27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민의 삶 그린 숀 탠의 <도착>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문맹자와 같다”.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말이다. 우리는 상상력이 빈곤한 사회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글을 읽고 이미지를 읽으면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예술은 기본이요 기업체의 기술이나 광고, 건축 그리고 생활에도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착>(숀 탠.사계절.2014)은 고국을 떠나 낯설고 물선 호주에 정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전쟁이나 재난 정치적 박해, 가난 등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글자는 단 한 자도 없다. 2007년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총 841컷의 그림들로 되어 있다. 마치 한 편의 흑백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다. 미술집 같기도 하고 만화책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림이 섬세하고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는 무려 4년에 걸려 완성한 작품이다.

한 남자가 을씨년스럽고 어두운 도시에 아내와 딸을 남겨 두고 먼 나라로 떠난다. 기차를 타고 커다란 배를 타고 떠난 곳에서 모든 것이 낯설다. 그 곳에 먼저 정착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안정되자 가족들도 불러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이야기는 따뜻하게 흐른다. 마치 한 편의 흑백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묵직한 가방을 들고 서 있는 구부정한 남자는 이상한 동물을 보며 엉거주춤 서 있다. 낯선 동물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경계의 표정으로 보인다.

책에 등장하는 음식과 글씨는 해독하기 어려운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고 동물들은 꼬리가 길거나 뿔이 나 있고 괴상한 모습입니다. 낯선 음식은 새롭고 따뜻함보다는 날카롭고 차갑게 그려져 있습니다. 낯선 것들은 남자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남자의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를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림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낯선 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연도 남다르다. 한 남자는 아들과 함께 숨어 있다가 군인을 피해 밀항을 한다. 배를 타고 도착한 낯선 땅에 정착한다. 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전쟁터에 나갔다가 도망을 쳤다. 한 쪽 다리를 잃은 그는 낯선 땅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한 소녀는 강제노동을 견디다 못해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 도망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간결하고 상징적으로 그리고 마음 아프게 잘 묘사되어 있다. 슬픔과 두려움의 감정은 언어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정도와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낯설고 두려운 감정의 공통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남자는 배를 타고 도착하는 시간이 60일을 건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60여장의 각각 다른 하늘의 구름 모습을 보며 알 수 있다. 그림이 모두 다르다. 정말 창의적인 그림이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창의적인 나무와 꽃의 사계절을 담은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이다. 이렇게 글씨 없이 그림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어른들에게 60일, 1년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진다.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면 더 재미있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어른들에게 상상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잃어 버렸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펴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상상력과 창의력, 스토리텔링 훈련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