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핵심은 인간관계
<한비자>의 핵심은 인간관계
  • 오명호
  • 승인 2014.08.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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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

[북데일리] 전국 시대 한(韓)나라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릴적부터 학문과 문장력이 탁월했다. 당시 한나라 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들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남자는 무력으로 법령을 어기고 힘을 이용해 마음대로 하려는 그들을 보면서 분노했다. 급기야 군주에게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함을 건의했다. 하지만 말더듬이인 데다 당시 사상과 정반대인 법가사상을 주장했기에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유세를 포기하고 자신의 주장을 십만여 자에 이르는 글로 썼다. 제왕학 <한비자>를 저술한 '한비'의 이야기다.

<한비자>는 애초부터 군주를 위한 책이었다. 때문에 보통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위험성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 면에서 신간 <한비자>(평단. 2014)는 꽤 매력적인 책이다. 고전 <한비자>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취해야 할 점들을 선별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은 특히 리더를 꿈꾸거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좋은 지침서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시대는 당시의 춘추전국시대와 너무나 흡사하다. 그가 보기에도 때로는 비인간적이고 냉정하고 폭압적이기까지 한 <한비자>지만, 그래서 더욱더 읽어야 하는 게 <한비자>라고 말한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통찰하고 나아갈 길을 여는 비책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겉으로는 평온한 듯하지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도태되는 세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펼쳐 가려면 한비의 매서운 통찰력이 필요하다. (중략) 비판적으로 읽되 우리에게 필요한 한비의 통찰력과 관계술은 수용하며 배우자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철저히 자신을 관리하고 삶의 원칙을 지켜 나갈 때 비로소 성공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 <한비자>가 전하는 메시지다." 14쪽

당연한 얘기지만, 책은 한비가 추구한, 법가 사상의 토대인 세(勢), 법(法), 술(術)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 중 세(勢) 편에 나오는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통찰력'에 관한 지혜를 이끌어내는데, 그 해석이 매우 현실적이다.

 "노나라 사람 중 어떤 이가 비단 신을 잘 만들고 그의 아내는 비단을 잘 뽑았다. 그들이 월나라로 이사 가려고 하자 어떤 이가 말했다. "그대는 반드시 궁핍하게 될 것이오."

노나라 사람이 물었다. "무엇 때문이오?"

그러자 이렇게 말했다. "신은 발에 신는 것인데 월나라 사람들은 맨발로 다니고, 비단 모자는 머리에 쓰는 것인데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생활하오. 당신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쓰이지 않는 나라로 간다면 가난해지지 않을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있겠소?"

"대학과 학과를 정할 때도 자신의 특성이나 장래 희망과 상관없이 성적에 맞추고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취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장 아니고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중략) 퇴직을 앞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안정적이고 성공하기 쉬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에 얼마 못 가서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자포자기하게 되고 삶은 후회와 넋두리만 가득하게 될 뿐이다." 88쪽

법(法) 편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형 사고들의 근본 원인을 짚고 있는 대목이 있어 관심을 끈다. '인재등용'에 관한 이야기로, '한비'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거짓과 모함을 일삼는 신하가 등용되고, 자신과 같이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은 왕 앞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우리 사회를 병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군주에게 신임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며, 더구나 옛날부터 가까운 사이야 두말할 것 있겠는가. 군주의 마음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맞추는 것이 본래 이러한 자들이 승진하는 방법이다. 직위가 높고 귀하며 따르는 패거리가 많으면 온 나라가 그를 칭송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치술에 정통한 인재는 군주에게 등용되기를 바라더라도 군주의 신임이나 사랑을 받을 친분도 없으며, 오래전부터 잘 아는 친근한 사이도 아니다. 게다가 아부와 기만으로 가려져 있는 군주의 마음을 법도에 맞는 말로 바로잡으려 하니, 이는 군주의 마음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지혜를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정면 승부'를 권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아첨하고 아부하며 리더의 신임만 얻으려고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런 삶은 '휘발유를 들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해치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신이 속한 곳의 성장을 방해하는 '암'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한편, 책에는 군주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약점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한비자》의 한 대목을 소개하면서 베스트 셀러 <바보 빅터>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은 천재였던 주인공 빅터가 왜 바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다소 억지스럽긴 하지만 <한비자>에 나오는 '역린'에 빗댄 설명이 매우 흥미롭다.

"주변에서 빅터의 역린(치명적 약점)을 공격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음에 상처를 주며 빅터의 콤플렉스를 건드렸다. 빅터의 아버지는 빅터에게 "누가 뭐래도 너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아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심어 주지만 역린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빅터는 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무한한 기횔주고 끝까지 미덩 주는 삶들이 있었기에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245쪽 (일부 수정)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비자》의 가르침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기에 유가 사상인 도(道)의 덕목을 추가한 것이다. 이 책만의 차별화 포인트인 셈이다. 세, 법, 술만으로는 균형 잡힌 삶으로 리드하기 힘들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한비 사상의 핵심은 인간관계에 있다. 군주와 신하, 백성 간의 관계를 꿰뚫으며 눈만 뜨면 잡아먹고 먹히는 전국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그 지혜를 알려 주었다. 혼란의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인간관계의 밑바탕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한비는 신뢰를 얻는 관계가 될면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역서했다. 어떤 환경과 처지에도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는 행동이 곧 신뢰를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신뢰가 쌓인다. 우리는 현재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각자 돌아볼 필요가 있다."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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