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는 '천효정 작가의 천재성'
아쉬움 남는 '천효정 작가의 천재성'
  • 달의뒷편
  • 승인 2014.08.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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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선정한 책

[북데일리] <삼백이의 칠일장>으로 혜성같이 나타난 천효정 작가. 그녀가 내심 어린이 문학의 구세주가 되길 바랬다. 그녀를 어린이 문학의 정유정이라고 칭하고 싶었다. 상투적인 어린이 문학, 게다가 새로운 것이라고는 하나 없을 것 같은 전래동화 분야에서 그녀는 눈부신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것도 일곱개의 에피소드를 묶어서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녀의 신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비룡소. 2014)는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다. 더구나 이번에도 식상하고 상투적인 장르인 무협 이야기를 택했다니. 무협에서도 천효정 작가의 천재성이 발휘될지 두근거리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펼쳤다.

초등학교 2학년 건방이가 우연히 권법의 달인 오방도사를 만나 제자가 되어 2년간 수련을 하고, 우연히 백초아가 전학을 오게 된다. 백초아는 검술의 달인 설화당주의 막내 제자. 알고봤더니 설화당주는 오방도사와 함께 수학한 사이이며 옛 애인이었다. 그리고 오방도사의 수제자였다가 파문당한 대도 도꼬마리는 변면술로 건방이와 같은 반 학생으로 위장해 있었다. 변면술은 얼굴 근육을 혹사 시켜 얼굴을 변장시키는 기술. 성장을 멈추고 얼굴만 심하게 늙는 부작용이 있다. 우연한 기회로 회춘풀을 입수한 건방이. 회춘풀은 도꼬마리의 얼굴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풀이라 도꼬마리는 회춘풀을 노리게 되고....

이 책은 어린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비룡소에서 개최한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스토리킹은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심사위원 100명이 작품을 공개 심사해서 수상작을 가리는 문학상이다. 재미 면에서는 어린이들의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기대했던 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천효정 작가이지만 아쉬움도 많다.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문제점 세가지만 정리해 보겠다. 첫째,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우연적 요소가 많이 개입된다. 원래 무협이라는 장르가 그렇기는 하겠지만 현대 문학에서 우연적 사건은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좋다. 둘째, 인물의 묘사가 치밀하지 못하다.

특히 도꼬마리가 개과천선하게 되는 순간은 독자로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셋째,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사건의 전개가 미리 읽힌다는 것. 건방이와 백초아와의 관계, 오방도사와 설화당주의 관계 등이 상투적으로 그려졌고 회춘풀과 도꼬마리도 쉽게 연관됨을 알 수 있다. 앞으로의 전개가 읽힌다는 것은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지적한 사항은 무협 장르의 한계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 다른 작가의 소설이었다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백이의 칠일장>을 통해 그 천재성을 보여 준 천효정 작가라면 다르다. 그녀가 앞으로 어린이 문학을 이끌어갈 기대주라면 좀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야 한다. 그녀에 대한 기대는 다음 작품으로 넘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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