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존재를 믿는 50개의 주장
외계인 존재를 믿는 50개의 주장
  • 북데일리
  • 승인 2007.03.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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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인류 외의 다른 지적 생명체의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이 책 <모두 어디 있지?>(한승. 2005)의 저자인 스티븐 웹은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으며, 50년대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던진 “모두 어디 있지?”라는 질문을 통해 실제로 외계인은 발견된 적이 없지만, 그들의 존재를 당연시하는 역설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이 책에는 50가지의 역설이 등장하는데, 물리학자 뿐 아니라 SF작가에 의해서 제안된 역설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50개의 역설을 3개의 범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외계문명은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관점. 둘째, 외계문명은 존재하지만, 물리적인 이유로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관점. 셋째, 외계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50번째 역설로 저자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책을 마무리 짓는다.

3가지 범주 중 외계문명이 “그들은 여기 있다”에서 제시하는 가설들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현재의 미국인들은 UFO와 외계인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고 한다. 이것은 1940년대의 로스웰사건이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런 가정에 대해 저자는 1940년 이후의 모든 UFO목격과 납치사건에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음에도 여전히 외계인의 존재를 입증할 물리적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는 UFO에 의한 납치는 조작이나 환각일 뿐 사실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가설은 우리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가설이다. 유전학 연구에 의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들은 비슷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뿌리에 해당하는 조상이 외계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1973년에 크릭과 오르겔은 “정향 범종설”을 통해 고대 외계 문명이 자신들보다 좋은 환경으로 포자를 만들어서 우주로 뿌렸고 성간 여행을 통해 지구로 유입되었다고 주장한다.

크릭의 가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생명의 기원이라는 수수께끼를 해명할 대안 중의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 외에도 동물원 시나리오, 금지령 시나리오, 플라네타륨 가설, 신학적 의미에서의 신의 존재와 같은 것들이 있지만 과학적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서 알 수 사실은 외계 문명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설명보다는 SF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 자체가 외계 문명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한다.

2번째 범주인 “그들은 존재하지만, 아직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역설의 주요 내용은 SETI(지구외문명탐사계획)와 관련이 있다. SETI의 창안자인 프랭크 드레이크는 오즈마(Ozma) 계획으로 외계 문명을 찾고자 했다. SET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에서 지적생명체가 보내오는 신호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의 문제는 우주는 너무나 넓기 때문에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신호자체를 해독하는 문제에서 자연적 신호와 인공적 신호를 구분하는 어려움이라고 한다. 저자는 인류가 발전시켜 온 수학과 외계 문명에서의 수학은 구조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추측한다. 왜냐하면, 수학은 오랜 시간 진화의 결과로 생겨난 인간 두뇌의 특수 영역이며, 이것을 통해 만들어진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전파통신 과 같은 인류 문명에서의 중요한 개념이 전혀 다른 진화적 환경으로 만들어진 외계 문명과 동일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외계 문명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수학을 발전시켰다면, 그들이 보내오는 신호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수학적 개념(e,∏,∑,∞,i)들을 발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신호를 통해 외계 문명을 찾는다는 SETI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외계 문명을 인간의 시각에서 판단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들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 물리적 환경인지 예측할 수도 없으며, 다른 지적 존재와의 통신을 원하는 지도 모르며, 감정체계와 윤리관이 어떤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것 외에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외계 문명은 너무나 발전된 과학으로 우주의 모든 법칙을 발견했지만, 성간 여행에 들어가는 값비싼 노력 때문에 다른 지적 존재에 대한 탐험을 포기하고 가상현실을 선택했다는 가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류 역시 현실과 똑같은 가상현실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대다수가 그것을 선택할 거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는 검증할 수 없지만, 확실히 기술이 발전할수록 직접 대면 대신 TV, 인터넷 같은 가상현실을 더욱 선호하는 인류의 현재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필요는 있다.

세 번째 범주인 “그들은 없다”는 관점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지구를 둘러싸는 환경(태양계, 암석형 행성, 목성, 달), 행성을 파괴할 재앙(초신성, 감마선 폭발), 대량 멸종(운석 충돌, 전 지구적 차원의 빙하작용, 초화산)은 지구 외의 외계 문명이 출현할 가능성을 낮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것의 관점은 고생물학, 진화론, 천문학의 이론적 바탕으로 상세하게 기술되고 있어서 반론을 제시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는 첫 번째, 두 번째 범주의 주장에서는 정밀한 과학적 근거가 아닌 상상력 또는 그들을 찾고 싶다는 기대감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에 반해 세 번째 범주는 현대 과학이 이뤄낸 과학적 발견을 통해 빈틈없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결론으로 제시한 저자의 50번째 논증에서 외계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다 확실한 논증을 제시한다. 간략히 보면, 외계 문명의 숫자를 알 수 있는 8가지 단계로 이루어진 드레이크 방정식을 주어진 수 N보다 작은 모든 소수를 찾아내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Sieve of Eratosthenes)의 방법론으로 한 단계씩 정밀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그 결과 우리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지능이 있는 존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나는 페르미 역설이 우리에게 인류가 우리은하에서 영리하고, 지력을 지닌 유일한 종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우리은하가 불모지일 필요는 없다. 내가 그리고 있는 우리은하는 단순 생물체는 드물지 않고, 고등 다세포 생명은 훨씬 드물지만 전혀 없을 정도는 아닌 그런 곳이다. 저 밖 우리은하에는 수억 개의 대단히 흥미로운 생물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직 한 행성-지구-에만 지적 생물체가 존재한다.”

이러한 저자의 결론에 대해 SETI를 진행하고 있는 일부 과학자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40년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기술적 성취에도 아직까지 자연 신호와는 구별되는 인공 신호를 발견한 적이 없다는 것은 외계 문명의 존재를 회의하게 만든다. 엔리코 페르미의 “모두 어디 있지?” 라는 질문을 통해 시작된 외계 문명에 대한 탐사의 해답은 무엇일까? 이것의 답은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일 것이며 어쩌면 해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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