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진흙탕 개 싸움'
구글-애플 '진흙탕 개 싸움'
  • 오명호
  • 승인 2014.08.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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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북데일리]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있다. 흔히 정치 판에서 통설로 여겨지는 이 말은 최근 들어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욱 널리 쓰인다. 국경은 물론 업종까지 초월해버린 무한경쟁시대. 그 규모가 날로 거대해지면서 소위 다 먹지 못하면 먹히게 되는, 이른바 '승자독식' 구조가 불가피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제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이야말로 그 정점에 있다. 이들 기업의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 이유다.

이쯤 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전세계 학생들의 꿈의 기업, 바로 애플과 구글이다. 신간 <도그파이트>(와이즈베리.2014)는 이 두 기업의 피 터지는 경쟁에 얽힌 스토리를 엮은 책이다. 21세기 지상 최대의 비즈니스 패권을 둘러싼 애플과 구글의 싸움. 책은 IT 전문지 '와이어드' 객원기자가 이 두 라이벌 기업의 부흥과 전쟁의 역사를 장작 16년 동안이나 취재하고, 그 중심 인물들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스마트 폰을 개발해 우리 삶을 송두리채 바꿔 놓은 애플, 전 세계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 '난공불락'의 두 기업이 충돌했으니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으면 책 제목을 '개싸움'으로 지었을까.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은 원래 둘도 없는 파트너관계였다. 하지만 2007년 말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선보이며 휴대기기 시장을 정복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애플의 맞수가 되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로 운용되는 스마트폰과 태브릿이 애플의 iSO 소프트웨어로 운용되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보다 많다. 당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알리는 서막이었던 셈이다.

"애플은 검색 사업에 진입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구글은 휴대폰 사업에 진입했지? 구글은 아이폰을 죽일 작정이야. 우리도 가만있진 않을 거야. 그놈의 '사악해지지 말자'? 개소리야." 142쪽

하지만 한쪽 말만 들어서는 잘잘못을 단정짓기 힘들다. 저자 역시 '결별한 연인이 다 그렇듯 구글과 애플 임직원들도 두 회사의 파행에 대해 절대 의견 일치를 못 볼 것'이라고 말한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는 2012년 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애플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는 그냥 작은 사업이었어요. 큰일이 아니었죠. (중략) 우리와 애플의 관계는 항상 들쑥날쑥합니다. 우리야 당연히 애플이 우리 지도를 썼으면 좋았겠죠. 그쪽은 유튜브를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홈 화면에서 빼버렸어요.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71쪽

한편, 애플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삼성'을 상대로 끊임없는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금도 최소 7개국에서 수십 건의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것을 두고 저자는 '애플은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 입장에서 들으면 심히 자존심이 상할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보기에 애플-구글 분쟁이 정점에 이른 것은 2012년 여름이다. 3년 동아 법적 해결책을 모색한 끝에 애플은 적군 중 하나를 재판정에 세우기로 했다. 그 상대는 구글이 아니라 구글만큼 표적으로서 가치가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였다. 구글과는 송사를 벌여봤자 승소하기가 어려웠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을 제조, 판매하지 않는 데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베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삼성은 세계 최대의 안드로이드폰 및 태블릿 제조사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시장점유율에 가장 위협이 되는 도전자였다." 219쪽

그렇다면 과연 애플과 구글 중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저자는 '사실 누구든 잡스와 비교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고 할만큼 '스티브 잡스' 신봉자다. 하지만 그가 없는 애플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지금도 애플의 고객, 투자자, 팬들은 쿡(현 CEO)이 잡스처럼 되길 바란다'면서 은근슬쩍 구글의 손을 들어준다.

"기술업계에서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자인 댄 벤턴 Dan Benton이 그런 염려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우리에게 미래상을 보여주실 수 없겠습니까?'라고 물으며 구글이 앞날을 더 잘 그리는 기업이 됐다는 뜻을 넌지시 비쳤다." 302쪽

이 밖에도 책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탄생,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 등 디지털 혁명 과정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관련 인물들의 생생한 인터뷰로 묘사되어 있다. 무엇보다 책은 구글과 애플의 혁명전이 만들어 놓는 산업계의 지각변동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소비, 여가생활, 일자리 등 삶의 방식까지 송두리채 바꿀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들 혁명전이 가져올 새로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는 시간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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