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출판영업인 "도서할인 결국 독자 손해"
22년 출판영업인 "도서할인 결국 독자 손해"
  • 북데일리
  • 승인 2007.03.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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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는 출판인③]‘대일출판사’ 홍동수 부장

※국내 유일의 책 전문 뉴스사이트 북데일리는 ‘베스트셀러 기획자’ 연재 인터뷰에 이어 출판영업인 연재 인터뷰 ‘발로 뛰는 출판인’을 시작 합니다. 현장 영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출판시장의 흐름과 한 권의 책이 태어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과정을 듣는 자리를 마련 합니다. - 편집자 주

“할인 받아 책을 구매하는 것은 결코 독자들에게 유리한 일이 아닙니다.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목놓아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북데일리] 대일출판사의 영업자 홍동수(55) 부장은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9일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할인을 전제로 한 마케팅이 성행하다 보니 정가에 대한 불신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로 출판경력 22년 째를 맞는 홍부장은 2001년부터 4년간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당시 도서정가제 합의안을 위해 국회 공청회 등을 발로 뛰어 다닌 그이기에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홍 부장은 경품, 1+1, 할인 이벤트가 판을 치고 있는 지금의 출판시장을 매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원가 상승률에 비해 정가상승률이 높아 진 것은 모두 마케팅에 불필요하게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매주 1백여 권 이상의 책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적당한 홍보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출판사들은 할인, 경품이벤트에 혈안이 되어 있다. 홍부장의 지적대로 제작비 상승률에 비해 정가 상승률이 높아진 것 역시 과도한 마케팅 비용 때문이다. 책값의 상승 요인이 원가상승이 아닌 경품, 할인판매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니 할인판매를 통해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은 결국 ‘손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출판영업자는 판매구조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하는 사람이다. 22년 간 이 길을 걸어온 홍 부장은 “하루빨리 책값에 대한 공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독자들이 정가로 책을 산다는 것에 대한 불신감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홍부장이 제안한 것은 도서정가제의 법률적 제정과 정가를 검증하는 출판계 자체의 ‘심의기구’. 이러한 제도적 장치만이 비정상적 마케팅 구조와 과당경쟁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동, 청소년 책을 접하는 홍부장은 아동물 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꼽았다. 첫째는 모방 출판이고 둘째는 과잉공급이다. 모방출판이란 ‘따라 만들기’ 식의 출판. ‘논술’과 같은 인기주종이 떠오르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비슷한 콘셉트의 책들을 만들어 다양성이 파괴되고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과잉공급이 빚어내는 폐해는 다양하다. 비슷한 종류의 책이 쏟아지다 보니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 역시 문제다. 치열한 경쟁에 놓인 출판사들은 서점 측에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고 공급가가 낮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공급가 하락으로 마진폭이 줄어든 출판사들은 과다한 마케팅을 벌여서라도 이익을 남기려는 몸부림을 계속 하고 있다.

가판대 방문세일직으로 시작해 22년 째 출판 현장을 뛰고 있는 홍부장에게 책은 주식이자, 간식이다. 직업이기도 하지만 기호식품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소장 중인 5천권이 넘는 책이 이를 증명한다. 관심분야인 고고학, 문학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수집, 보관하고 있다. 워낙 책을 좋아해 보이는 족족 사들인 것도 이유지만 신간을 보내주는 후배들의 도움도 컸다.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파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는 홍부장. 그는 “책에게 감사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때로는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팔아야 하는 대상이 ‘책’ 이었기에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단다. 사랑하는 아내, 아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지난 날. 좋아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었기에 지치는 줄 모르고 뛰어다닌 그다.

홍부장은 출판을 시작한 이래 직장을 옮겨 본 적이 없다. 22년 째 대일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둥지를 옮겨 다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이도진 대표 때문이었다. 출판사에 불황이 닥쳤을 때, 위기를 넘길 때마다 이 대표와 홍 부장은 한 몸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했다.

아쉬운 소리는 물론, 자신을 낮춰야 하는 영업자 생활. 왜 고단한 일이 없었겠는가. 그 때마다 대표는 홍부장를 다져줬고 두 사람은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아닌 ‘벗’이 되어 함께 울고 웃었다. 홍부은 “한때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같이 늙자’는 대표의 한마디에 ‘그러리라’ 결심했다”며 환히 웃었다.

이제는 출판사를 책임지는 입장에 선 홍부장. 그는 출판 영업만이 아닌 기획자를 찾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출판사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기획자를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아동물을 다루는 출판사인 만큼 자녀를 키워 본 주부 저자에 주목하고 있다. 홍부장은 “직접적인 체험이 녹아든 책이라야 독자를 움직일 수 있다”며 “기획자 찾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독자들이 정가를 신뢰하는 세상, 과도한 할인경쟁이 사라지는 세상. 정직과 성실로 만든 책이 제 빛을 발하는 세상. 홍부장이 소망하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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