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지중해와 삶
그림같은 지중해와 삶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7.3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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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지중해의 풍경>

언덕위의 하얀 집, 강렬한 햇빛과 바람,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바다, 하얀 대리석, 그리스인 조르바, 크레타 섬...

[북데일리] 지중해 하면 떠오르는 말들이다. <19세기 지중해의 풍경> (안티쿠스.2014) 는 소설가 희곡작가로 알려진 리차드 하딩 데이비스가 쓴 책이다. 저자가 생존했던 19세기말 지중해의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예민한 민중의 감정까지 그대로 전한다. 지중해의 각 지역이 갖는 역사적 전통을 넘어 제국주의적 침략이 빚은 약육강식의 현실을 담담하고 여유 있게 보여준다.
 
 지중해 연안 증기선의 기름때 묻은 식탁보를 본 다음 아마포와 은색의 다마스쿠스 식탁보를 만지는 것처럼, 카이로의 좁은 골목과 먼지투성이 가로의 소음과 불결함을 본 후 조용하고 산뜻한 근대 아테네의 청결함이 당신에게 다가오게 된다. 그것은 조용하고 화사하며 잘 가꾸어진 것이다.(p149, p151)
 
 그리스인은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엮을 줄 안다. 그래서인지 아테네를 찾는 사람들도 풍부한 상상력으로 유적을 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으로 응시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디오니소스 극장의 한 대리석 좌석에 앉아 소포클레스의 희극을 관람하는 아테네 시민 흉내를 내봄직 할만하다.
 
 아테네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아주 적다. 수천 명이 로마로 가서 콜로세움을 보고 이집트로 가서 나일강을 따라 거대하고 거친 신전의 층계로 된 벽을 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영국 주교 좌가 있는 마을을 돌아본다. 그러나 아테네에서는 안내자를 발견하기조차 힘들다.(p160)
 
 저자는 한적한 아테네를 둘러보기를 권한다. 여행객이 적은만큼 아크로폴리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호젓하겠다. 떨어져나간 대리석 자국을 통해 과거를 찾는 아테네 시민의 혼령같이, 마음대로 들고날 수 있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콘스탄티노플은 쾌청한 날씨의 도시이며, 해와 푸른 하늘과 그 주변의 수상생활을 수반하며, 이런 것들이 도시를 독특하게 한다. 겨울에는 여름 달의 요트 타는 즐거움, 흰 제복을 입은 수천 명의 사공, 배와 증기선의 갑판 천막과 깃발의 화사한 장식들이 없다. (...) 콘스탄티노플은 내가 들러본 곳 가운데 가장 구식이다. 술탄, 그리고 그가 수장으로 있는 사람들의 종교, 군대와 관련된 모든 것에서 그에 어울리는 예절은 엄격하고도 인상적인 것으로 준수되어야 하는 것이다.(p169)
 
 회색과 잿빛, 화려한 궁전의 치장벽토, 성소피아 모스크, 술탄의 보고, 술탄이 모스크로 기도하러 가는 행렬, 콘스탄티노플하면 연상되는 모습이다. 민중에 관해서는 무관심하고. 사람들의 편의는 무시된 거대한 사원만큼이나 자치정신이 부족한 곳이다.
 
 책은 19세기말 지중해의 정치적 상황과 민중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지중해 각 지역 전통과 인간의 욕망을 한눈에 조망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속 그들의 치열한 현실을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낸다. 부록으로 원서사진이 들어있어 이해를 돕는다. 강렬한 햇볕과 바람의 땅, 지중해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의 속살을 만져 봐도 좋겠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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