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통찰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통찰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7.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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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삭 첫 시집 <한 물고기가...>

열 살 즈음 자전거를 타는 연습을 하다가 마당가에 있는 항아리를 깨트린 적이 있다. (중략)아무도 모르게 항아리 파편 위로 겁먹은 시간이 더디게 가는 동안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체 끈적해진 손바닥만 비비고 있었다. 밭에서 돌아온 엄마한테 등짝을 몇 대 얻어맞고 나서야 비로소 울면서 불안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지금 심정이 딱 그렇다.“ -시인의 말

 [북데일리] 첫 시집<한 물고기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오후> (문학의 전당.2014) 을 낸 안이삭 시인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첫’이라는 말의 감회와 무게를 행복과 불행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함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하찮은 것들에게 말을 거는 시인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군자란 이파리 사이에/밥알 같은 꽃망울 송송 맺혀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아직 매운바람 매운 일요일 한 낮/오래된 집 집 떠메고/자맥질해 가는 소리/찰박찰박 물질 소리." (목욕)전문

 차갑고 매운바람에도 꽃망울을 밀어 올리는 군자란을 보고 있는 듯하다. 작고 여린 밥알 같은 꽃망울들의 수런거림을 보고 목욕하는 장면을 그려내는 시선이 참 따뜻하다. 
 
 아주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그때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것/내려놓았는데요 아주 쉽지는 않았어요/하나씩 버릴 때마다/ 떠나지 못하고 주저하기도 했지요./ 버린다는 것 그건 더 소중한/다른 것을 지키기 위해서였을 건데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가끔씩 얼굴 없는 누가 울다 가요/금붕어가 죽었어요/사는 게 바빴다는 건 변명이죠 한때 사랑했던/ 황금빛 지느러미의 기억조차 버리고 거기에 푸른 잎 식물/을 옮겨 심었죠/아무것도 모르고 돋아나오는 새잎 너머로 흐린 물결무늬가 남았어요./내가 버린 것이 금붕어뿐이겠어요?/내게 남은 흔적이 물결무늬뿐이겠어요?“(그뿐이겠어요?)전문

 시인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돌보지 않아서 금붕어가 죽었다는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미 죽어버린 금붕어를 버리는 일이 마음속 애착을 끊어내는 일이다. 황금빛 지느러미의 기억이 사라지면서 남은 흔적은 물결무늬라 고백한다. 삶에서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사이에서 망설임과 주저함은 흔들리는 마음상태를 뜻한다.

 삶이 다양한 가운데 틀어쥠과 내려놓음 사이에서 금붕어의 죽음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씩 얼굴 없는 누가 울다가요.“라는 표현은 시인의 반성과 슬픔어린 고백으로 읽힌다. 일상 속 작고 하찮은 것(귤껍질, 머리카락) 들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겸손은 타고난 시인의 천성이다. 어릴 적 항아리를 깨고 가슴 졸이는 천진함이 시편마다 고운 결을 만들어 놓았다. 시 해설을 쓴 장석주 시인의 말로 갈음한다.

“안 이삭 시인의 시는 크고 거창한 것들의 권세와 영광보다는 작고 하찮은 것들, 작은 경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상징과 은유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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