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그림 '환상적 만남'
동-서양 그림 '환상적 만남'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7.2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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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주, 이주은 <다 그림이다>

[북데일리] 그림과 삶의 향연 <다 그림이다>(이봄.2014)는 동양의 그림을 걸쭉한 말솜씨로 풀어주는 작가 손철주와 그림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이주은 작가가 들려주는 그림이야기다.  동서양의 그림으로 삶을 이야기는 모습이 명창과 고수같다.

판소리가 이야기 열두 마당이라면 책은 그리움, 유혹, 나이, 일탈, 열개의 화두로 푸는 그림 열 마당이다. 명창과 고수가 소리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듯 두 작가의 감식안은 그림을 통한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여기 소개하는 그림은 삶같기도 하고 그림같기도 해 눈길을 끈다.
 
 '그리다'는 움직씨이고 '그립다'는 그림씨입니다. '묘사하다'와 '갈망하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지요. 묘사하면 그림이 되고 갈망하면 그리움이 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림과 그리움은 밑말이 같아서 한뿌리로 해석하는 분이 있더군요,"종이에 그리면 그림이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다."(8쪽)
 
 손작가가 먼저 '그리움'으로 이야기 첫째 마당을 열자 이주은 작가는 그리움을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라는 추임새로 화답을 한다. '품에 안을 수 없는 미인을 그리는 마음이 동양적 그리움의 정서라면 반 고흐의 아몬드 꽃에서 반 고흐의 조카가 오랫동안 그리워했을 정서는 이국적인 묘미가 있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두 분야에서 삶의 화두를 소개하는 두 작가의 글은 다른 색깔 같은 느낌이다.  마음이 닿는 결은 결국 인간이다. 특히 손작가는 늘 사람에 주목한다.  인기척 없는 그림도  화가의 붓을 따라가다보면 순간포착을 이해하게 돼 그림속 사람의 삶이 달리 보인다 .

 네째 마당은 '자화상'이다. 조선의 선비정신을 대표하는 강세황의 자화상, 체제공의 초상, 작자미상의 송시열의 초상을 소개하는데 반해 이작가는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낸 쿠르베의 '파이프를 문 자화상',  '버지니아 울프 초상'를 소개한다.  '나는 누구인가'란 동양적 화두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아찾기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현실에서 보헤미안으로 살아갈 것인가. 내면의 비뜷어짐 없이 검버섯도 주름도 부끄럽지 않은 자화상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두 작가의 진솔함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
 
 책은 시대를 초월한 그림을 통해 다양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손작가의 동양적 시선이 명경이라면 세련된 이작가의 정서는 거울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내용은 일맥상통한다. 동양을 의식한 서양의 그림, 서양을 의식한 동양의 그림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 시도한 동서양 미술의 만남은 신선하고 그림읽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의 말이 인상깊다.
 
"전통 회화와 동양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감성을 자극하는 유려한 필치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손철주, 서양 미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의 바탕 위에서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글쓰기를 하는 이주은. 누가 이 두 사람의 환상적인 조합을 생각해 냈을까? 읽을수록 그림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삶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예술이 삶이고 삶이 예술인지 절절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예술이 삶이고 삶이 예술인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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