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에서 별들이 떨어져도....
두 눈에서 별들이 떨어져도....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7.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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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북데일리] '시인이자 노동자이자 혁명가'로 온 몸을 던져 살아온 박노해의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2014)가 나왔다.

이번 시집은 육필로 써 온 5천여 편 중에서 304편을 따로 묶어냈다. <노동의 새벽.1984>>으로 세상을 뒤흔든 시인은 두번 째 시집<참된시작.1997>이후 긴 침묵의 시간이 잉태한 시들은 지구시대 '노동의 새벽'이라고 부를만 하다.
 
 '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 같지 않다야 /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부렀어야 / 아니 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 (중략//큰 태풍이 읍써서 바다와 갯벌이 / 한번 시원히 뒤집히지 않응께 말이여 / 꼬막들이 영 시원찮다야 //(중략// 이 놈의 시대가 말이여, 너무 오래 태풍이 읍써어 / 정권 왔다니 갔다니 깔짝대는 거 말고 말여 / 썩은 것들 한번 깨끗이 갈아엎는 태풍이 읍써어'(꼬막)부분
 
 시인의 시는 전 지구적 생태위기와 근원적 혁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날로 변해가는 시장만능주의, 성장을 우선시 하는 풍조가 사회를 휩쓸고 탐욕주의가 개개인의 삶을 영혼에 팽배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비수처럼 날카로운 시어들은 우리 사회악의 모순을 비판한다.
 
 '아버지, /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 넌 나처럼 살지 마라 / 어머니, /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중략)//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 제 자식 앞에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을 내팽개쳐야 하는 /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겠어요 / 돈에 미친 세상을, 돈이면 다인 세상을' (넌 나처럼 살지 마라)부분
 
 시인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젊은이들을 만나고 함께 밤을 새우며 고민을 나누고 모든 시간을 같이 했다. 그래서 이번 시집엔 청년들의 절실한 현실과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그들에게 자아을 찾게끔 도와준다. 시인의 뜨거운 행보는 국경을 넘어 민초들에게로 향한다.
 
 '두 눈에서 방울방울 별들이 떨어졌다 / 마루완은 젖은 목소리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 영어도 배우고 싶고 컴퓨터도 배우고 싶다고/ 정말 이렇게 사는 건 너무 끔찍하다고 / 전쟁 다음 또 전쟁인데 언제쯤 끝나겠냐고 / 내가 어른 되기 전에 정말 학교 갈 수 있겠냐고 / 테러리스트 같은 눈동자로 물어오는 것이었다' (마루완의 꿈)부분
 
 세계 구석구석 모순투성이의 현장이라면 그는 마다하지 않는다. 시인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세계의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그들 삶의 슬픔과 희망을 시에 담아낸다. 낡은 총을 들고 저항하다 죽어가는 소녀 게릴라들과 겁도 없이 탱크 앞으로 나서는 아이들, 읽으면 마음이 아파오는 수십 편의 글로벌 시들은 시인만이 전하는 감동이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 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중략//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중략//희망은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 // (중략) 삶은 기적이다 / 인간은 신비이다 /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부분
 
 이 시는  시인의 간절한 부름이며 당부가 담겨 있다. 삶이 강퍅해지고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시인은 간곡한 기원을 담아  부르고 또 부른다.  "사람이 오직 희망"이라고. 그의 시는 말의 힘이며 그의 말은 희망이다. 이번 시집은 시공간이 넓고 깊은 만큼 숨 가쁘게 달려온 인류 삶의 현장은 독자에게 새로운 감동과 아픈 현실을 인식시켜준다. 시인 박노해는 역시 박. 노. 해. 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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