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방학의 기억 오롯이
잃어버린 방학의 기억 오롯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7.08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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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의 <방학 탐구 생활>

 [북데일리] 요즘 아이들은 방학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없다. 체험학습과 ‘자기주도학습능력’이라는 거창한 말들이 생기면서 아이들은 방학을 잃어버렸다. 오히려 방학에 학원, 과외, 봉사활동으로 더 바쁘다. 그러니 동화 속 초등학교 6학년 백석이 무인도에 가서 정글 탐험 계획을 내세우면 나부터도 기가 찰 일이다. 그렇다. <방학 탐구 생활>(문학동네.2013) 은 학원의 보충과 선행 학습 대신 진짜 방학을 즐기는 이야기다.

 석이는 선생님이 내 주신 나만의 방학 계획을 거창하게 ‘정글 탐험’이라고 말해 버린다. 아빠가 그랬듯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석이는 동생 호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아빠의 조건에 동의하고 학원을 쉰다. 학원만 안 가면 좋을 것 같지만 막상 재미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빠는 만두 가게를 하루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 한수 형은 밤에도 피시방에서 일하느라 바쁘다. 석이는 동생 호와 함께 모은 용돈 십만원으로 마라도로 떠날 계획을 짠다. 한수는 자신의 고향 칠금도를 소개하고 아빠는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석과 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시외버스를 타고 목포에 도착해 칠금도로 가는 배를 타는 일까지는 성공. 그런데 칠금도 대신 금좌도에 내려 갈팡질팡하는 형제 앞에 석의 친구 경성이가 등장한다. 아빠와 자전거 일주 중인 경성이 함께 칠금도로 향한다.

 칠금도의 생활은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갯벌의 낡은 배에 올라타 보물선 놀이를 하다 물에 빠져 죽는 뻔했고, 뒷산에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 먹다 불이 난다고 동네 할아버지한테 혼나고, 칠금도 일주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무서움에 떨기도 한다. 아무리 허풍쟁이 석이라도 혼자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동생과 친구가 있어 멋진 모험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을 통해 그동안 서로에게 몰랐던 점을 알면서 전보다 더 친해졌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석이도 집을 떠나서야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달았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오는 아주 멋진 동화다. 책을 통해 배우던 것들을 직접 보고 느낀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진짜 자연을 보여준다. 재미있게 읽고 나만의 탐험을 꿈꿀 수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무조건 읽혀야 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방학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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