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365 글쓰기 훈련]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 코너입니다. 오늘은 <혼불>의 최명희 작가 글입니다. 혼신을 다하는, 글쓰기 자세의 전범입니다.
<883>필사-손끝으로 바위를
원고를 쓸 때면 웬일인지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되지 않은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만일 그것이 어느 날인가 샘을 이룰 수 있다면!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중에서. 문학평론가 장일구님 글 중 인용.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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