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때문에 세계가 발칵!
종자때문에 세계가 발칵!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7.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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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내 어릴 적 기억으로, 농부였던 아버지는 해마다 수확한 곡식 중에 일부를 골라 창고에 따로 저장하셨는데, 이듬해 햇살이 따뜻해지면 어김없이 그 씨앗으로 파종 준비를 하셨다. 물과 소독약이 적당히 섞여 있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씨앗을 한가득 붓고서는 온도계로 일일이 온도를 맞춰가며 파종할 씨앗을 애지중지 살피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방법은 그때와 많이 달랐겠지만, 수천 년 전부터 농민들은 해마다 그렇게 좋은 종자를 선발해왔고, 그 농민들의 노고에 힘입어 우리는 건강하고 좋은 곡식을 먹을 수 있었다.(5쪽)
 
[북데일리] 지금 세계는 종자전쟁 중이다.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시대의창.2014)는 2011년 2월에 KBS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방송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종자전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취재한 후 방송되지 못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문헌자료, 사진 등 방대한 양의 취재물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라운드 업 레디 대두는 직접 파종하면 된다. 땅을 먼저 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 수확을 마친 경작지에 곧바로 씨를 뿌리면 된다. 잡초를 없애는 제초제를 네다섯 가지 뿌려야 했지만 라운드 업 레디 대두에는 라운드 업이라는 제초제만 두 차례 살포하면 된다. 라운드 업은 라운드업 레디 대두만 남겨놓고 모든 식물을 죽인다고 했다. 파종의 편리함과 농약 비용 절감이 집중적으로 홍보되었기 때문에 라운드 업 레디 대두의 재배 면적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33쪽
 
 한 가지 작물만 대대적으로 경작하는 것을 단작화라 한다. 책은 대표적 피해사례로 아르헨티나를 든다. 농민들이 기존 작물농사를 중단하고, 수확량이 많고 재배가 편리하다는 대두를 심기 시작하면서 곡창지대인 팜파스는 토양이 척박해지고 농약 사용량의 급증에 의해 가축의 피해, 식수오염 등 농약에 노출된 주민들은 유산, 조기 사망, 호흡기 이상. 각종 피부질환에 이르는 등 피해 사실을 소개한다.
 
 유전자 침식genetic erosion이란 토양 침식에 빗대어 유전자원이 사라져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2009년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재래종 작물의 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해 <식량농업 식물 유전자원 국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식물 유전자원이 사라져가는 유전자 침식을 조사해보니 고추, 수수, 기장 등은 더 이상 재래종이 재배되지 않았고, 조사한 작물 중 평균 26퍼센트만이 재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동안 재배돼 온 종자의 74퍼센트를 잃어버린 셈이다. (49쪽 )
 
 책에 따르면 재래종 재배가 줄어드는 현상은 재배품종의 단순화에서 비롯됐다. 이 결과 농민과 정부가 재배하기 쉽고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작물만을 집중 선호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감자기근으로 100만명이 굶어죽고 300만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했다.

​ 우리나라는 IMF 외환 위기 이후 흥농종묘, 중앙종묘 등 상위 4개 종자기업이 노바티스, 세미존스등 해외 종묘기업에 인수 되었다. 이렇게 각 나라의 종자 기업을 인수한 다국적 기업들은 종자의 독점을 통해 시장 지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기업에 넘어간 종자작물은 무, 양파, 오이, 수박, 배추, 등 생산에서 판매까지 해당기업에 특허사용료인 로열티를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몬산토는 종자, 농약, 비료를 비롯한 각종 농업 투입재를 생산한다. 그리고 카길은 생산된 곡물을 수집, 가공, 운송, 무역하고 가공된 곡물사료와 연계된 축산물 도축 및 가공계열까지 갖추고 있다. 농민들은 산지 수집업체가 요구하는 작물과 종자를 재배해야 한다. 몬산토 종자를 재배하려면 몬산토 농약을 비롯한 투입재를 패키지로 구매해야 한다. 축산도 역시 마찬가지다. 카길에게 가축을 팔려면 카길에서 판매하는 사료를 구입해야 한다. 특히 카길은 농업 금융부분에까지 진줄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이 농자재를 구입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농민들을 전방위로 옭아매고 있다.​(209쪽)

 책은 우리나라 축산의 대표 예로 '하림' 을 든다. 책에 따르면 하림은 병아리부터 사료, 영양제, 항생제에 이르기까지 닭을 사육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농가에 일괄 판매한다. 다 자란 닭을 구입하는 요건이다. 판매를 하기위해서 농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농기업이 커질수록 선택권은 줄어들고 먹을거리 생산의 주역이 노동력의 생산도구로 전략함을 보여준다.  ​

​ 이 책은 종자가 소수 종자기업에 독점적으로 소유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를 자세하게 다룬다. 인류공동 자산으로서 누구나 스스로 얻을 수 있었던 종자가 어떤 이유로 농민의 손을 떠나 종자회사의 사적 소유로 넘어가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인 과정을 알아보았다. 그 수단이 바로 유전자조작 농산물이라는 게 밝힌다.

이같이 초국적 종자기업들이 종자를 독점 장악하려는 전쟁 중이다. 이에 반해 지구촌 한 쪽에서 농민들과 시민사회는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생물다양성협회와 식물유전자원조약에 가입해 저항 중이다.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농민들과 도시농부들의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사례를 소개한다. 그동안 잘 모르고 있던 종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먹을거리의 소중함까지 일깨워준다.  종자전쟁, 남의 일이 아니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장맹순 시민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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