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기생충 박사일세
웃기는 기생충 박사일세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7.01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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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북데일리]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인물과 사상사. 2014)은 인터뷰어 지승호가 묻고 기생충학 교수 서민이 대답한 형식으로 묶었다. 이번 서민의 인터뷰 집에는 말하기 힘든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외모 컴플렉스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결혼생활, 독서와 글쓰기로 자신을 바꾼 얘기, 잘못된 의료 시스템, 의료민영화에 대한 생각 등 서민의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책은 유쾌하다. 읽다가 큭큭 웃게된다. 책의 한 대목이다.
 
지 - 더 못생긴 사람을 많이 보았는데요.(웃음)

 서 - 의대 가니까 저보다 더 못생긴 사람들이 많이 있기는 하더라고요. 저처럼 다 죽자고 공부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니까요. 하여튼 중고교 때는 그 사실을 몰라서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외모도 안 되고 키도 작고, 바보 같이 보였던 게 이유였던 것 같아요. 싸움이라도 잘하면 감히 놀리지 못할 텐데, 주먹도 그리 세지 않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떤 애가 "너처럼 병신 같이 생긴 애는 처음 보았어. 넌 어떻게 그렇게 생겼냐?"고 한 적도 있어요. 그때 제가 뭐라고 그랬냐 하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럴 수도 있지"라고 했어요.(p27)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외모 때문에 힘들었던 얘기를 스스럼없이 푼다. 그로 인한 말더듬이와 틱장애까지,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공부에 전념해야 했던 일, 처음 실패한 결혼 얘기, 교수가 된 얘기,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까지의 곡절 많은 속내를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다.  
 
 지- 지금도 유기견도 많고, 유기견을 누군가가 키워주었으면 하고 SNS에 올라오는 글들도 많은데요. 너무 적은 사람들이 키우면 걔들이 갈 데가 없어지잖아요.

 서- 사람들이 개를 너무 적게 기르면 유기견이 그만큼 덜 생기지요. 그리고 개를 기르는 사람이 적으면 그만큼 유기견이 입양될 여지가 커지지 않겠어요? 저희가 후원하는 곳이 김포에 있어요. 그런데 유기견 센터가 어디 있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거기서 개를 입양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앞에다가 개를 버리고 가요.   (중략) 개를 버리는 이유도 정말 납득이 안 가는 이유예요.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 아파트로 이사 간다, 애를 가졌다 등등. 개랑 자란 아이들이 알레르기가 없다는 논문이 외국에서 많이 나와 있고요, 임신했다고 개를 못 기른다면, 한 생명을 위해서 다른 한 생명을 사지로 모는 건데, 그거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닌가요? 개에 대해서는 제가 극우파라서 제 의견에 대해서 불편해 하실 분이 많이 계실까봐 죄송하네요. 저나 집사람은 개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끼리 잘 만난 경우고, 저희 집에 온 개들도 정말 잘 온 경우죠. 제가 늘 강아지가의 삼성가에 왔다고 이야기합니다.(p66)

 못생긴 자신의 외모 때문에 아기를 낳지 않기로 한 저자에게 세 마리의 개는 자식이며 가족이다. 그래서 개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더 나아가 저자는 부모가 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우리 교육에서 그런 교육이 없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지- 기생충과 바이러스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서- 바이러스는 미개한 애들이죠. 최소한 자기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되는데 숙주 것을 이용하는 애들이죠.DNA만 들어와서 나머지는 니네들을 이용하겠다고 하면서 증식하는 건데요.(중략) 기생충은 같이 공존하면서 이만큼만 주면 여기서 살겠다'이런 거고, 바이러스는 '우리가 널 먹겠다' 이렇게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미개하고 진화상에서도 밑바닥에 있는 애들이죠. 기생충이 정말 밀착하다는 증거가 오랫동안 약을 먹어 왔는데도 전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충약만 해도 벌써 30년 정도 먹어왔어요. 그런데도 회충은 지금도 회충약 한 알에 죽습니다. 바이러스는 약이 없고 박테리아는 내성이 정말 심해요. 슈퍼 박테리아는 어떤 항생제도 안 듣는 경우고요. 사람을 고민하게 하는 정도를 굳이 비교하면 ​기생충은 손가락 일부만큼 큰데요. 사람들은 기생충을 미워하잖아요.(p93)

 기생충과 박테리아의 차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그러면서 저자는 여러 가지 기생충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뱀을 날로 먹어 감염되는 스파르가눔, 요충은 아이들에 의해 전염되니 애들이 주는 과자를 조심하라, 길이가 12~15미터나 되는 광절열두조충의 설명은 그동안 기생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 준다. 

​ 지 - 실제로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지병을 비관해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이 범죄를 저지르면 사회에 굉장히 큰 피해를 주고, 파장을 끼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공공적인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미국의 경우처럼 의료보험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거거든요. 보험이 없으면 맹장 수술 하는데 1,000만 원씩 든다고 하고요.
 
 서 - 보험이 없으면 병원에 못 가죠. 의료 민영화가 왜 문제냐 하면, 의료 민영화가 된 병원은 건강보험 말고 다른 민간보험이랑 계약을 할 거라는 말이죠. 일단 민간보험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가 없어요. 미국을 보면 심심치 않게 총기 사고가 나잖아요. 원인을 어디에 두든지 간에 총이 없으면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했을 거라는 말이죠. 답은 나와 있잖아요. 총기를 못 가지고 다니게 하면 되는 건데요. 이미 총기 업체가 너무 커져가지고, 그걸 되돌리지 못하잖아요. 실제로 총이 자기를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죽는 사람들은 자기 집에 있던 총으로 죽는 경우가 많거든요.(p230, p231)
 
 저자는 이처럼 기생충 사회와 인간사회를 적절이 비교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시원하게 꼬집는다. 현재 글쟁이, 방송인, 교육자, 의사로 쉴 틈 없이 바쁘지만, 매년 10편이 넘는 연구논문을 쓸 만큼 성실하고 진정한 학자다.  그는 기생충 박물관을 짓는 게 꿈이다. 책은 성향이 비슷한 두 사람의 잘 맞은 호흡으로 무리 없이 잘 읽힌다. 그가 우여곡절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유쾌하게 들려줄 수 있는 건 그동안 소통을 위해 처절하게 산  서민만의 대화법이며 그가 들려주는 얘기는 진정한 유머다.  인터뷰어 지승호의 말에 연신 고개가 끄덕여 진다.
 
 "겸손하면서도 자기 비하를 가장 유머러스한 깔때기를 슬쩍 들이대 주위를 즐겁게 할 줄 아는 남자, 겸손하지만 그 안에 자신감이 가득한 남자, 그 자신감을 갖추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는 남자. 의사로서 전공분야에도 철저하지만, 인간과 사회를 같이 고민하는 남자, 서민 교수는 다양한 결을 가진 사람이었고, 서민이라는 사람 자체가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유형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승호의 프롤로그>중에서.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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