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품에 뛰어든 등골 오싹 `검은 고양이`
어린이 품에 뛰어든 등골 오싹 `검은 고양이`
  • 북데일리
  • 승인 2005.09.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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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껌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나?"는 넌센스 물음에 "고양이뇌"라는 엽기발랄 답변이 있었다. `검은 고양이 네로`라는 노래를 비유하긴 했지만 고양이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역시 검은 고양이다.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는 그림이 곁들인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2005. 어린이작가정신)가 나왔다. 포의 작품 중 3편을 삽화가인 게리 켈리가 골라 그림을 그려 넣은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검은 고양이` 외에도 축제와 지하묘지가 대조되는 복수극 `아몬틸라도 술통`과 한 저택의 어둡고 우울한 주인공의 비극을 다룬 `어셔가의 몰락` 등이 함께 실려 있다.

포의 `검은 고양이`에서의 검은 고양이의 이름은 플루토다. 이름 자체가 죽음의 세계의 왕을 상징한다. 줄거리도 등골이 오싹한 공포의 연속이다.

`술버릇이 나빠진 주인공은 발작적으로 자신을 따르는 검은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낸다. 그리고 며칠 후 나무에 매달아 죽여 버린다. 그날 밤 자신의 집이 몽땅 타버린다. 오직 한 군데 타다 남은 벽에는 목에 밧줄이 걸린 거대한 고양이의 형상이 얕게 새겨져 있다.

그후 주인공은 술집에서 다른 애꾸눈의 검은 고양이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와 기른다. 하지만 가슴의 흰 점에서 교수대를 연상한다. 공포심에 지하실에서 고양이를 죽이려다가 실수로 아내를 죽이고 만다. 그는 아내의 시체를 벽난로가 있던 곳에 숨기고 회반죽으로 벽을 발라버린다. 경관들이 집안수색을 마치고 지하실을 나가려 할 때 저주받은 고양이의 비명이 벽 속에서 들려온다. 벽을 걷어내자 아내의 시체가 발견되고, 검은 고양이는 죽은 아내의 머리맡에서 울고 있다.`

이처럼 포의 `검은 고양이`는 병적인 범죄 심리와 공포 분위기를 상징화한 동물로 등장한다. 목숨이 아홉 개나 된다는 `영물` 고양이에 대한 괴기스런 야담이 저절로 떠오른다. 과연 미국에서 환상 및 SF의 원조로 규정할 만한 소설이다.

이 그림책의 그림들은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 파멸되는 인간상을 `희미한 불빛이 어른거리는 나선 계단` `지하묘지로 향하는 차가운 골목` 등 등골 오싹한 환상적인 터치로 생동감을 더해준다. 어쩌면 아이와 이 책을 같이 읽을 때 밤은 피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외신에 실렸던 `검은 고양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사도 아이들에게 꼭 들려줄 만하다.

매년 1월 19일 새벽이면 볼티모어에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무덤에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정체불명의 방문객이 나타나 장미 세송이와 코냑 반 병을 남겨놓은 뒤 유유히 사라진다는 것.

이때 포 저택 및 박물관 큐레이터에 의해 초청된 수십 명의 호기심 어린 팬들이 숨어서 지켜보는데 누구도 그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미스터리를 망치지 않고 이 신비에 싸인 사나이의 의식을 숨어서 지켜보는 것이다. 이 방문객은 포가 숨진 지 100주년이 되는 1949년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기록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추정에 의하면 이후 2~3명의 아들들에게 이 의식을 물려준 것으로 보인단다.

`검은 고양이` `갈가마귀` `어셔가의 몰락`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는 아내를 병으로 잃게 되는 불행을 겪고 1949년 40세의 나이에 볼티모어의 한 술집에서 정신 착란 상태에서 실신한 뒤 숨졌다.

[북데일리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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