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속의 철학' 재미있네
'사물 속의 철학' 재미있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6.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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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철학자의 사물들>

"<철학자의 사물들>은 사물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사유와 철학을 즐긴 흔적이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여러 사물들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고 그 철학적 의미들을 반추하는 동안 나는 사물의 행복한 감식가 노릇에 만족한다. 당신을 이 자유분방한 사유의 축제에 초대하니, 여기 와서 사물의, 사물에 의한, 사물들을 위한 축제를 즐겨라!"- 서문에서

​ [북데일리] <철학자의 사물들>(동녘.2013)은 작가 장석주의 사물에 대한 철학에세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보는 세른 개의 사물이 서른 명의 철학자의 생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례는 휴대전화-미셸 세르, 비누-장 보드리야르, 가죽소파-장 폴 사르트르, 망치-제레미 리프킨 등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과 철학자들이 등장하여 인간 삶의 희로애락에 대해 얘기한다. 사물들 속에 숨겨진 생의 지혜는 빛을 발한다.

 휴대전화는 시공을 초월한‘나’의 확장이다. 이것을 가짐으로써 사람들은‘나’의 시공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그 대신에‘나’의 핵심이라고 할 자아가 자아로써 있도록 단단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고독의 온전함과 자유는 한꺼번에 잃어버렸다.(휴대전화-미셸 세르,p.28)
 
 손안의 작은 컴퓨터 휴대전화는 세상을 놀라게 만든 문명의 이기다. 저자는 기술적 고성능으로 진화하는 휴대전화에 매혹당하는 인간의 욕망을 지적하면서 휴대전화 속 세상 바르게 읽기를 권한다. 
 
 나는 닳아 뭉툭해지다가 나중에는 소실점 너머로 사라지는 비누를 통해 사물들의 끝과 소멸에 대해 생각한다. 이 닳아 없어짐이 비누의 죽음이다. 사물은 죽는다! 사라지는 사물의 끝, 사물의 죽음은 멜랑콜리하다. 그것이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애틋한 것은 그 사라짐이 현재의 영혼들을 어느덧 옛날의 영혼으로 만들어버리는 까닭이다.(-비누-장 보드리야르.p.79)
 
 작가의 시선은 무엇보다 흔한 사물의 생김새를 비롯하여 사물의 역사와 변천, 거기서 떠오르는 영감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제 할일을 다하고 생을 마감하는 비누의 샮은 매혹적이다.
 
 노동과 수고로 지친 몸을 소파에 전적으로 맡길 때, 소파는 이 몸뚱이를 삼켰다가 직립활동에서 생긴 모든 가벼운 피로들과 경미한 우울들을 빨아먹고 다시 뱉어낸다. 우울과 포만의 표정을 짓고 거실 한 가운데의 피동성이 곧 은폐된 능동성이라는 점이다. 소파역시 사물의 운명에 저를 맡긴다. 소파와 더불어 우리의 삶은 풍성하고 강렬해질 것이다.(p113)

 저자는 사물들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제대로 알아야 육신도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한다. 사물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삶도 맛있고 진정한 삶의 풍경이 보인다니 눈썰미가 예리한 사물의 감식가답다. 이 책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물건에다 저자의 영감과 사상가들의 사유의 옷을 입혀 철학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이채롭고 재미있다. 철학책, 지금까지 어려워서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면 이 책부터 한 번 읽어보시라.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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