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새 엄마 내쫓을까
어떻게 하면 새 엄마 내쫓을까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19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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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의 <엄마의 크레파스>

 [북데일리] 화사한 꽃이 바람에 날린다. 손에 크레파스를 든 소년이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 눈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인 이종혁의 <엄마의 크레파스>(웅진주니어. 2014)속 창혁의 모습이다. 동화는 두 엄마를 잃은 한 아이의 성장통을 그렸다.

 그림을 잘 그리는 열 살 소년 창혁의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했다. 아빠의 등에 업혀 돌아오는 엄마의 뒤를 창혁이 따른다. 그리고 얼마 후 엄마는 돌아가신다.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기란 어린 나이, 창혁은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엄마의 관이 땅 속으로 들어가자 관을 끌어안는다. 그 후 1년, 집에는 낯선 여자가 들어온다. 새엄마가 생긴 것이다. 아빠와 누나가 밉고 여자를 인정할 수 없다. 속상한 마음에 엄마의 무덤을 찾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온다.

 ‘나는 엄마의 무덤 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꺽어 온 꽃다발을 엄마의 무덤 앞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내 손목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수풀 쪽에서 푸드덕하고 산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순간 코에 익은, 진한 상수리 이파리 냄새가 날아들었다. 나는 엄마 품에 팔베개를 하고 눕듯이 엄마의 무덤 곁에 벌렁 누웠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뱅뱅 내 주위를 맴돌았다. 여전히 숲에서는 상수리나무 이파리 냄새가 진동했다. 그 냄새는 참 좋았다. 숲 속에서 나는 엄마 냄새 같았다.’ 44쪽

 어떻게 하면 새엄마를 집에서 내쫓을까 생각한다. 양은 대야를 엿장수에게 팔기, 개구리 뒷다리를 집 안 곳곳에 놓기, 마지막으로 연탄재 뿌리기. 감나무 가지에 올라 새엄마의 얼굴에 연탄재를 날리고 창혁은 떨어진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크게 화를 내고 새엄마는 겨울이 지나면 떠나겠다고 약속한다. 새엄마는 창혁이 그림을 잘 그리는 걸 알고 24색 크레파스와 스케치북를 선물한다. 겨울만 잘 지내면 되는데, 새엄마가 아이를 가졌다. 새엄마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 창혁은 가출을 한다. 파출소에서 하루를 지내고 돌아온 다음 날, 새엄마가 떠났다. 크레파스를 돌려주자 그림 대회에 꼭 나가라는 부탁을 한다.

 새엄마가 떠나고 창혁은 아이들과 토기몰이를 한다. 새끼를 가진 토끼가 잡히자 창혁은 놓아주자고 한다. 그때 뱀 장수 할아버지가 나타나고 아이들은 달아난다. 창혁은 할아버지가 토끼를 치료하는 것을 보면서 새엄마를 생각한다. 그런 창혁의 마음을 아는지 할아버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맞아요, 할아버지. 만약 제가 엄마를 지켜 주지 못한다면 이 세상 누구도 엄마를 지켜 주지 못할 거 같아요. 그건 절대로 옳은 일이 아니잖아요.” 122쪽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저 새끼 토끼의 운명은 어미 토끼의 뜻대로도, 혹은 네 뜻대로도 되지 않은 거란다. 모든 생명에게는 운명이란 게 있단다. 새끼 토끼는 그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란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123쪽

 봄이 되고 학교에서 돌아오니 새엄마가 와 있었다. 얼마 후 아기를 낳았지만 곧 새엄마는 죽는다. 아빠는 엄마의 무덤 옆에 새엄마의 무덤을 만들어도 되냐며 허락을 구한다. 창혁은 새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미안하다고 말한다.

 양은 대야, 엿장수, 연탄재, 토끼몰이, 등 70~80년대 배경이지만 엄마라는 절대적인 존재로 공감을 불러온다. 엄마를 지키고 기억하기 위해 새엄마에게 반항하는 모습, 두 엄마를 잃은 소년의 마음을 잘 표현한 동화다.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이 있다는 걸 자연히 배우게 된다. 아프면서도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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