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소?
[책속의 지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소?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6.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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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사물들> 중에서

[북데일리]요즘 사람들은 변소라는 말보다 화장실이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화장실문화라는 말이 생길만큼 우리의 화장실도 깨끗하고 쾌적하다. <철학자의 사물들>(동녘.2013)은 장석주 작가가 쓴 산문집니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일본의 교토나 나라의 사원에 딸린 변소에 관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참으로 정신이 편안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것들은 반드시 안채에서 떨어져, 신록의 냄새나 이끼 냄새가 나는 듯한 정원의 나무와 수풀 뒤에 마련되어 있고, 복도를 지나서 가게 되는데 그 어둑어둑한 광선속에 웅크리고 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장지의 반사를 받으면서 명상에 잠기고, 또는 창밖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는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다.

나쓰메 소세키 선생은 매일 아침 변을 보러가는 것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꼽고, 그것은 차라리 생물학적 쾌감이라 말했다는데 그 쾌감을 맛보는 이 외에도 한적한 벽과 청초한 나무 에 둘러 싸여 푸른 하늘이나 신록의 색을 볼 수 있는 곳은 일본의 변소만큼 알맞은 장소가 없다. 그곳은 어느 정도 옅은 어두움과 철저히 청결한 것과 모기소리조차 들릴 듯한 고요함이 필수조건인 것이다.

특히 간토(關東)의 변소에는 벽면 맨 밑바닥에 길고 가는 창문이 붙어 있어 처마 끝이나 나뭇잎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석등의 지붕을 씻고 징검돌이 이끼를 적시면서 땅에 스며드는 촉촉한 소리를 한결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실로 변소는 벌레 소리에 새소리에 잘 어울리고 달밤에도 사물이 또 어울리게 사계절의 때마다 사물이 드러내는 것을 맛보는데 가장 적당한 장소이고, 아마도 예로부터 시인은 이곳에서 무수한 소재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건축 중에서 가장 운치 있게 만들어져 있는 정취를 변소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p.138,p.139)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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