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잡을 '말의 덫' 찾아라
마음을 잡을 '말의 덫' 찾아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6.11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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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3종 세트’중 하나 <천금말씨>

[북데일리] “상대를 움직이는 힘, 이를 일컬어 우리는 ‘말발’이라 부른다. 사전에 따르면 말발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는 말의 힘’이라 정의되어 있다. 말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말말이다.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말발이 먹히지 않으면 헛수고일 따름이다.” (p.101)

<천금말씨>(교보문고. 2014)는 차동엽 신부가 ‘말 사용법'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그간 <무지개 원리>, <희망의 귀환> 등 희망을 일깨우는 글들을 다수 썼다. 전작들과 함께 이 책을 그의 ’희망 3종 세트‘ 중 하나라 해도 좋겠다. 책은 말의 힘을 보여주는 ‘말씨’,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 ‘말발’, 힘 있는 말 만들기 ‘말판’이라는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씨는 순 우리말로 ‘말하는 태도나 버릇’ 또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 따위의 색깔’을 가리킨다. (중략) ‘말씨’는 오히려 ‘말의 씨앗’, 나아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연상시킨다. (중략) 말의 씨앗은 표현 그대로 씨앗이기에 뿌리는 대로, 가꾸는 대로 작황을 한다. 이는 냉엄한 이치다.” (p.17)

‘천금말씨’는 말이 씨가 되어 힘을 발휘하고, 그 힘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말을 만들고, 말은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대부분 알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자연환경이나 경제 수준으로 보아도 삶의 질이 과히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사람들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 판단과 언어 관습이 워낙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므로, “행복하세요?”라는 물음에, 0.1초 만에 “행복하다”라고 답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현실은 객관적으로 행복한 면도 있고 불행한 면도 있는데, 그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행하다”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지금까지 살아온 삶 전부가 ‘불행’으로 도색된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말이 우리 삶에 덫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일이다.” (p.52)

그렇다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어떤 말일까? 바로 ‘마음 줄’을 건드리는 말이다.

“심리와 설득 분야에서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심리학 박사 케빈 호건은 ‘마음 줄’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마음 줄’이란 글자 그대로 ‘마음을 당기는 줄’이다. 피아노 건반줄을 떠올려 보자. 연주자가 건반을 칠 때마다 그 건반과 연결된 각각의 줄이 당겨져서 고유의 음을 내듯, 마음 줄은 말하는 이가 어떤 단어를 말했을 때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속 어떤 경험을 당겨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 이때 말하는 이는 상대방의 특정 마음 줄을 터치하는 연주자, 나아가 조율하는 조율사마저 될 수 있다. 멋지지 않은가.” (p.103~p.104)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오 헨리의 단편 <강도와 신경통>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어느 집에 강도가 들었다. 잠이 깬 주인에게 강도는 총을 들이대며 “손들어!”라고 말했다. 주인은 엉겁결에 왼손은 들었지만 오른손은 들지 않았다. 강도가 왜 한 손만 드는지 물어보자 주인이 말했다.

“나는 신경통이 심해 오른손이 거의 마비되었습니다. 아무리 들려고 해도 도저히 들 수가 없군요.”

이 말을 들은 강도는 말했다.

“사실 나도 신경통 때문에 이 짓을 하고 있소. 낮에는 일도 하지 못하고 밤이면 온몸이 쑤셔서 잠도 못 자고…… 결국 이렇게 강도짓밖에 할 수가 없다오.” (p.107)

이렇게 둘은 날이 밝을 때까지 서로의 아픔을 얘기했다. 저자는 이 이야기 속에서 ‘신경통’이란 단어가 상대방, 즉 강도의 마음 줄을 건드렸다고 말한다. 더불어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우연히 한 이야기로 상대의 마음 줄을 건드렸다니 얼마나 행운인가. 실생활에서는 상대의 부정적인 마음 줄도 당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이 고민해야 할 듯 하다.

“소통은 심리 게임이다. 가는 대로 오고 건드리는 대로 반응한다. 이심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주려는 선한 의도가 있으면 그것은 결국 전달된다. 그러니 말 잘하려고 애쓰는 이상으로 상대의 마음속 원의를 이해해 주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p.111)

저자는 3대 천금말씨로 ‘감사의 말씨’, ‘축하의 말씨’, ‘희망의 말씨’를 얘기한다.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고민이거나 말로 상처받은 기억이 있는 이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책에는 말에 대한 금언이나 예화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른 책을 통해 이미 익숙한 내용들도 많다. 독자에 따라서는 그런 내용이 반가울 수도, 혹은 식상하다 느껴질 수도 있다. 책 뒤쪽에는 관련 ‘참고문헌’ 목록들이 수록되어 있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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